책방과 영화제에서 확인한 여성 창작자들의 힘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열린 '춘천영화제' 현장.
《2023 젊은작가상 코멘터리북》.

 

2023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가 일곱 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고 건네받은 《젊은작가상 수장작품집 코멘터리북》에 실린 일곱 명의 인터뷰 내용을 읽고 현실의 틈에서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여성 작가들의 섬세한 힘을 느꼈다. 그들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향해 뻗어 나아가는 만큼 문학의 지평은 한층 넓어지고 있었다.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의 슬로건이다. 영화제에 관객으로 참가해 여성 영화인들이 ‘지금 여기’를 끈기 있게 걷고 있다는 것을 작품들을 통해 체감하였다. ‘지금 여기, 한국영화’는 한국에서 제작된 여성 감독의 작품이나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를 상영하고 동시대의 담론과 스타일을 조명하는 섹션이자 이번 영화제의 모토(motto)이기도 하다.

이 같은 감각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춘천영화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여성 감독들의 작품들이 포진해있었다. ‘인디 시네마’ 부문에서는 서미애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하명미 감독의 워맨스 복수극 ‘그녀의 취미생활’과 ‘누에치던 방’에 이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완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극영화 ‘사랑의 고고학’이 눈길을 끌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한 ‘차근차근 상영전’은 박마리솔 감독의 ‘어쩌다 활동가’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그리고 한국계 스웨덴 감독 린다 함박의 애니메이션 ‘고릴라 별’(원작 책 《나, 고릴라, 그리고 원숭이별》)을 선정했다. ‘다큐 포커스’ 부문 속 여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도 추천한다. 반박지은 감독의 낯선 독일 땅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두 여성의 경계를 넘고 긴 세월을 견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두 사람’과 박남옥 상을 받은 김보람 감독의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주인공 모녀는 딸이 가진 거식증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오래된 갈등의 원인을 탐색하게 되고, 속해 있는 세대와 이해관계가 다른 두 사람이 겪은 개인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주보며 앉은 식탁, 부엌에 이르러서야 터져 나오는 언쟁과 대화 사이, 묵힌 감정 섞인 무언가는 불투명한 미래를 그리며 나아가는 여성 창작자들이 갈구하는 화해의 장면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수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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