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바위 위에 핀 꽃》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바위 위에 꽃이 필 수 있을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몰라줘도 스스로 예쁜 꽃을 피워내는, 이름도 낯선 바위 위에 피는 꽃들. 습한 바위틈에서 야생하는 바위취는 높은 산간지대의 음습한 곳에 자란다. 동글동글한 심장 모양의 잎에 부드러운 털이 난 모습이 호랑이 귀를 닮았다고 해서 ‘호이초’라고도 불리는 바위취꽃은 5~6월에 핀다. 생명력이 강해 공해에도 잘 번식하는 걸 아는 사람은 공원이나 뜰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꽃들에 직사광선은 독이다. 빛에 약해 자칫하면 잎이 타기 때문이다.

꽃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나의 기준으로 본다는 것. 평가하고 가치를 매기고 환경에 순응시킬 방법을 찾는 사람들. 존재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나의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말하는 사람이 진짜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척박한 환경의 강원도에서 바위 위에 핀 꽃 같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익숙한 이름의 꽃들이 사고 팔리는 세상에서 스스로 음지를 선택한 사람들. 강원도 민주화운동 인물들의 평전인 《바위 위에 핀 꽃》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사람도 꽃도 저마다 자신만의 삶을 피워낼 수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개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세상이지만,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지난 5일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열린 《바위 위에 핀 꽃》 출판기념회 자리에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평일 오전이지만 춘천과 원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 각자 인생의 큰 줄기에서 정신적 지주이자 따르고 싶었던 선배, 그리고 시대의 어른들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는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다섯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머리로 이해되던 낯선 이야기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척박한 강원도에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한다는 건 이 책의 제목처럼 ‘바위 위에 꽃을 피우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글이기 이전에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나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배움을 실천한 이창복·장일순·정성헌·지학순·최열 다섯 사람의 살아있는 목소리다. 이 책의 주인공 중 두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나 만날 수 없다. 또 한 사람은 투병 중이라 이제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단 두 사람. 잘 몰라서 혹은 개인의 경험 차이로 진정한 시대의 어른을 만날 수 없는 요즘.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어른들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김지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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