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인기…6개월 만에 회원 300여 명

 

“하루를 축복 속에서 보내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 걸어라.”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월든Walden》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말이다. 이 말은 우리가 자연과 함께하며 걷는 경험이 얼마나 특별하고 의미 있는지를 강조한다. 소로는 미 동부 콩코드 지역의 숲속 호숫가에 머물면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며 그 경험을 책으로 남겼다. 그가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2년간의 경험을 기록한 이 책은 19세기에 쓰인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나는 가을이 되면 의암호 호숫가에서 《월든》을 꺼내 읽는다. 중도에서, 애니메이션박물관 앞에서, 그리고 ‘상상마당 춘천’ 앞에서. ‘상상마당 춘천’은 올림픽체조경기장으로 잘 알려진 현대건축의 대가 고 김수근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붉은 벽돌의 외관이 독특한 이곳은 1980년 개관 당시에는 ‘어린이회관’이었다. 2014년 상상마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전까지 30여 년을 어린이회관으로 불렸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어린이회관’으로 부른다.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아늑하게 숨어 있다 나오면 햇빛이 옆으로 비쳐 들어오다가 지붕에서 쏟아져 들어오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 오면 탁 트여 구름다리 같은 데서 호수와 산이 보이는 공간상의 해프닝을 테마로 삼았어요. 어린이는 바로 노는 사람이란 개념이고, 그런 어린이의 본질을 세련되게 할 문화적 공간으로 이 건축물의 개념을 살렸지요.”

당시 김수근 건축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어린이회관의 의미를 깊이 살펴볼 수 있다. 인터뷰 내용처럼 독립공간이면서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고 막혀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통로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샌가 숨바꼭질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집이라고 설명했던 건축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파란 호수와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누구라도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잘 관리된 잔디의 초록빛과 조형물의 핑크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보고만 있어도 눈이 즐겁다. 유년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공간에서는 금세 어린이가 된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지회 회원들과 잔디밭을 맨발로 걸으며 어린이가 되었다. 처음 맨발로 걸은 사람도 있었지만, 처음이건 아니건 중요치 않다. 잔디밭에서 걸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거나 벌레에 물릴까 걱정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금세 맨발로 걷는 자유를 만끽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잔디밭의 감촉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위대한 어머니 대지에 감사하며 천천히,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내디뎠다. 우리는 아침 9시에 만나 찬란한 태양과 호수를 바라보며 맨발로 걸었다. 소로의 말대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걸었다.” 그리하여 하루를 축복 속에 보낼 수 있었다. 

춘천에서 맨발걷기(어싱) 모임을 처음 만든 지 6개월, 어느덧 회원은 30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시민이 맨발걷기의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호숫가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맨발로 걸어보기를 권한다. 하루를 축복 속에 보내고 싶은 현대인들이여, 현대문명병으로 고생하는 현대인들이여, 아침에 일어나 맨발로 걸어보자. 몸도 마음도 건강한 어린이가 될지어다. 

정미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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