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생생리포트’ 첫 회를 취재하고 글로 옮기면서 양양군이 생각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려 1천638만 명이 양양을 찾았다. 올해 6월 기준 3만에 불과한 양양 인구와 비교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양양을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까?

지역 자원에 대한 한 사업가의 색다른 관점과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에서 비롯됐다. 로컬 크리에이터 박준규 씨는 바다라는 아름다운 자원에 주간 콘텐츠인 서핑과 야간 콘텐츠인 비치 파티를 합쳐서 해외를 가지 않고도 충분히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해변에서 밤늦게까지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양양군은 그의 사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해변 사용을 허가했다. 지난 2015년 철조망으로 막힌 군사 보호구역 해변이 서핑 전용 해변으로 변신했다. 처음엔 컨테이너 2개에서 초라하게 시작된 ‘서피비치’는 이국적인 해변을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SNS를 타고 퍼져나가 낮과 밤을 모두 즐기는 젊은 여행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까지 더해져 청춘들의 여행 성지가 됐다.

양양이 성공하자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려고 아우성친다. 다행히 춘천시에서는 그런 움직임은 없다. 가지고 있는 자원이 전혀 다른 데 따라서 한다고 될 일인가? 양양이 성공한 배경으로 청춘들이 좋아하는 최신 유행을 한 곳에 보기 좋게 다 집어넣어서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의 시작은 초라했다. 사람들이 양양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고 지역의 고유자원을 어떻게 다뤄서 관광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배워야 한다. 

“산과 바다 등 자연에는 사람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역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의 결핍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박 씨가 최근 한 포럼에서 한 말이다. 즉 관광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유행하는 좋은 것들 이것저것 다 모으고 화려하게 포장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들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생리포트’를 쓰면서 양양군이 생각났다는 건 바로 이 지점에서다. 청평사관광지에서 만난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춘천시가 춘천의 가장 경쟁력 있고 근본적인 자원에 손을 놓고 홀대하고 있다”라는 쓴소리를 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소양강댐·청평사관광지·구곡폭포 등 춘천을 관광지라 불릴 수 있게 만들어 준 전통적 자원들이다. “레고랜드부터 케이블카 등 새로운 것도 좋지만 춘천에 오는 이유는 저런 곳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온 한 40대 관광객이 한 말이다. 춘천을 고품격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쏟는 노력이 골고루 가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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