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갈린코호가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몬베츠 시 홈페이지.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고,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2020년 고향납세 기부액이 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현황을 소개한 데 이어서 일본 ‘고향납세제’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본다.

몬베츠시 시청. 사진 제공=바른지역언론연대

 

일본의 ‘고향납세제’ 성공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도시가 있다.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홋카이도 ‘몬베츠시’다. 2021년 1천780개가 넘는 일본 전체 지자체 중 고향납세 모금액 1위를 기록했다. 그해 기부금으로만 한 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1천530억 원을 모았다. 기부 건수만 110만 건에 이른다. 2020년에는 86만 건, 1천300억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몬베츠의 고향납세 정책은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의 힘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고향납세제 시행 이후 지난 14년간 행정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답례품과 지역사업을 발굴·추진한 결과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에서도 몬베츠의 사례가 알려졌을 정도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인구 2만의 ‘유빙 도시’보다 ‘고향납세 기부금 1위 도시’로 더 유명

“지역민들이 매력적인 답례품을 개발해 준 덕분에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됐죠.” 몬베츠 시 총무부 기획조정과 고향납세제 팀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성공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지역민들이 다양한 상품과 아이디어를 답례품으로 제안하면, 행정은 적절성과 상품성 등을 판단한 후 답례품으로 구성한다. 답례품 종류만 800여 가지가 넘는다. 

몬베츠시는 ‘유빙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홋카이도 오호츠크해 연안의 중앙에 있으며, 매년 겨울 유빙이 유입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이 발달했으며 가리비·대게· 새우 등 해산물 답례품이 특히 인기가 많다. 전체 답례품 중 60%가량이 해산물 답례품이다. 

답례품 다양화 비결 중 하나는 ‘세분화’이다. 가령, 가리비 한 품목을 갖고서도 수량·부위·보관 상태(냉동·건조)·가공방식 등에 따라 다양하게 답례품을 세분화했다. 

지난 7월 기준, 몬베츠 인구는 2만551명. 일본의 여느 지방 소도시처럼 몬베츠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37%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몬베츠의 고향납세 정책 추진에서 핵심은 ‘도시 홍보’와 ‘인구 유입’이다. 

고향납세 타겟층은 명확하다. 수익이 일정 정도 보장된 도시인을 주 타겟으로 정하되 홍보 범위를 오사카·도쿄·나고야 등 대도시로 확장했다. 지자체 대부분이 타겟으로 삼는 일시적인 기부자인 출향민에서 장기적으로는 전국의 관계 인구를 기부자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성별·연령 별로 답례품을 따로 발굴하진 않지만, 어느 지역에서 기부가 많이 이뤄졌는지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그곳을 주 타겟으로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지역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홍보 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30개가 넘는 고향납세 민간 플랫폼의 답례품 순위를 확인하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인기 제품과 트랜드를 분석한 후, 어떤 것들을 답례품으로 구성하고 홍보할지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또 도쿄 등 대도시에서 열리는 고향납세제 관련 박람회를 비롯해 대형 호텔·전철·기차역·잡지·유명 웹사이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톳카리센터는 오호츠크해 연안 물개들을 보호·사육하는 일본 유일의 시설이다. 출처=홋카이도 몬베츠시 오호츠크 가린코 타워 주식회사 홈페이지.

 

엉뚱한 답례품 ‘유빙 1t’ 화제…유빙 보호·지역 홍보 1석2조

최근 몬베츠는 ‘유빙 1t 보내주기’라는 기발한 답례품으로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현재는 바다에 유빙이 없는 시기로 지난겨울 유빙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유빙 1t을 답례품으로 받겠다는 기부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실 이 엉뚱한 답례품은 오호츠크해 해양환경 보호 캠페인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다. 유빙 1t 보내주기 답례품은 등장과 동시에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일본 내 각종 매스컴에 자주 노출됐다. 유빙 보호 캠페인도 하고 지역도 홍보한 1석2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지역만의 스토리를 입힌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답례품 발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사례다.

1위 비결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그중 민간인 플랫폼 역할 뺄 수 없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기부할 수 있는 곳은 ‘고향사랑e음’ 하나뿐이지만, 일본은 라쿠텐·사토호루·후루나비 등 민간이 운영하는 다양한 고향납세 포털 사이트가 있다. 2014년 2개에 불과했던 고향납세 사이트는 2022년 30개를 넘어섰다. 기부자들은 이들 민간 플랫폼에 쉽게 접근해 간편하게 기부하고 답례품을 고르며 기부금 사용처를 선택한다. 이 모든 과정이 민간 플랫폼을 통해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한국의 플랫폼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몬베츠의 기부금은 주로 청년층과 육아 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에 쓰인다. 기부자는 기부할 때부터 용처를 지정할 수 있다. 재정과에서 총괄적으로 기부금을 관리하면서, 부서별로 지역사업과 관련한 기부금을 배정한다. 

지역민들은 여러 루트를 통해 고향납세제와 관련한 건의사항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행정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시 홍보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그해 어떤 기부금 사업을 벌였는지 알리고 홈페이지에도 공개한다. 주민들은 불편사항과 개선점을 꾸준히 건의한다.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민원이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해 바로바로 시정하는 편”이라며 “큰 정책이나 사업 제안일 경우 바로 결정하지는 못해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한 해 평균 건의사항은 100건 정도로서 주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일본 고향납세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주민 교류 공간 ‘타타바라’. 사진 제공=바른지역언론연대

 

주사용처는 해양환경, 주민 참여 ‘상점가 활성화 사업’ 눈길 

몬베츠는 ‘오호츠크해의 해양환경에 관한 사업’으로 다른 지역의 고향납세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022년 기부금 집행 내역을 보면, 갈리아 지구 내 빙해 전망탑·해양공원·교류관 등의 관리·운영 경비로 약 21억 원을 집행, 가장 많이 사용했다. 또 12억 원을 관련 기금으로 적립했다. 

이 중 ‘바다표범 보호활동’은 몬베츠의 상징이다. 바다표범은 유빙과 마찬가지로 몬베츠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요소 중 하나다. 오호츠크해와 맞닿아있어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물개가 유빙과 함께 해안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톳카리센터는 일본에서 유일한 물개 보호시설로 1987년 문을 열었다. 처음엔 4마리였으나 현재는 점박이물범과 고리무늬물범 등 20마리의 바다표범을 사육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사육사의 해설을 들으며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센터 내에는 치료시설도 갖춰져 있다. 바다에서 상처를 입거나 쇠약한 바다표범을 데려와 일정 기간 치료한 후 적응훈련을 마치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몬베츠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는 53세 점박이물범 ‘몬타’이다. 

민관 협업을 통한 시가지 활성화 프로젝트인 ‘상점가 활성화 대책’ 사업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름하여 ‘모두의 마치나카 프로젝트’ 사업이다. 상업 지역 내 빈 점포나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내 중심에 들어선 지역민 커뮤니티 공간인 ‘타타바라’가 대표적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상점가 연합회·은행·지역민이 TF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해나간다. 지자체는 토지·건물 매입비와 임차료·리모델링 비용 등 전반적인 예산을 보조해주고 시민들은 공사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프로젝트의 나카하시 마사히로 부참사는 “주민들이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완공 후에도 누구나 편하게 들리며 이용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타타바라’는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한다.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를 비롯해 한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보드게임과 음료도 갖춰져 있다. 월 1회 정도 시민 강좌도 열리는데 어린이 컴퓨터 교실이 특히 인기가 많다. 마을 축제 준비를 위해 타타바라를 찾은 니노미야 준코(62) 씨와 크리다키 세이코(73) 씨는 “아이들과 지역민이 편하게 와서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무척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수산업이 발달한 몬베츠의 답례품 중엔 가리비·대게·새우 등이 인기 높다. 사진 제공=바른지역언론연대

 

정리 박종일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을 받아 청양신문·광양신문·고성신문·뉴스사천·당진시대·무주신문·주간함양 등이 연합 취재하여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에서 공동으로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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