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문화예술회관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관람
문화생활 공유, “관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의 실마리”

'세비야의 이발사' 포토존 앞에서 모두 함께 기념 촬영.
공연의 막이 오르길 기다리는 매너 있는 관람객들.

 

가을비가 한창이던 지난 수요일 아침, 시끌벅적한 공연장 풍경이 있었다. 지난 19일과 20일에 걸쳐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기획공연 발레 ‘세비야의 이발사’ 무대가 그 현장이었다. 20일 수요일 오전 11시 공연의 주된 관람객이 유치원과 어린이 손님이다 보니 관람석은 유난히 활기찬 재잘거림으로 어우러졌다. 평소 공연 관람에 집중하기 어려운 어린이 관람객이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이 흔치 않은 탓인지 관객석은 만석이었다.

이번 공연에는 중증장애인 공익캠페인활동가들도 관객으로 참가했다. 발레공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노래와 설명이 없는 공연 장르는 낯선 경우가 많다. 발레공연이 처음인 사람도 있는 만큼 70분의 공연 시간을 각자 어떻게 경험하게 될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감각에 특히 예민하거나 익숙한 패턴에 안정감을 느끼는 자폐성 장애인도 함께 관람할 수 있을까 하는 도전과 기대감도 있었다. 평소 자주 이용하지 않았던 낯선 공간과 사람들, 그리고 때론 몸으로 느낄 정도로 큰 음악 소리, 현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속도감 있는 무대 전환 등은 비장애인으로서는 아름답고 멋진 관람 포인트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불안한 자극의 연속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 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겐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법. 이런저런 염려를 앞세우다 보면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추측하여 새로운 경험을 맞이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발레공연 관람에 어려움을 느껴 중간에 자리를 뜰 수도 있겠다 싶은 발달장애 청년의 옆자리에서 공연을 함께 보았다. 처음엔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익숙한 무언가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불이 꺼지고 연주가 시작되자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무대로 시선이 향했다. 공연의 흐름에 따라 곡이 바뀌면 흥분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발랄하고 기분 좋은 멜로디에 몸을 맞춰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공연을 다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은 다행히도 빗나간 셈이다. 자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사람 속에서 짧은 장면들이 전환될 때마다 함께 손뼉을 치고 환호하며 즐기는 모습들이 한껏 당당해 보였다.

공연이 한창 열띤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자 멋진 공연을 보여준 등장인물들이 앞으로 나와 인사할 땐 박수로 실컷 답례하는 것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모두 마쳤다. 끝나버린 공연이 다소 아쉬운 듯한 반응도 있었고, 잘 몰랐던 발레를 재미있게 보았다는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이제는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아도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함께 누린다는 건 비단 관람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경험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으로선 관람환경이나 만나는 사람들의 시선, 또는 행여라도 다른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게 될까 싶은 염려로 그런 경험의 기회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헤아리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한 발짝 더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포용력을 키워주는 기회가 될 테니까 말이다.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발레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은 사업비 일부를 문예진흥기금에서 지원받아 진행된 사업이다. 앞으로도 누구나 다양한 예술공연을 일상의 문화로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

김윤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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