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꿈마루에서 ‘내가 홍범도다’ 북콘서트
작가 방현석, “계급·이념 초월한 인간적 매력 때문에”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김좌진·이회영·지청천·이범석 등 육사 교정에 설치된 다섯 명의 독립군 흉상 이전으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책 《범도》의 북콘서트가 춘천에서 열려 이목을 끌었다.

지난 19일 저녁 6시 30분 춘천시청소년수련관 꿈마루 강당. 강원민주재단·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광복회강원지부 등 11개 단체가 ‘내가 홍범도다’를 주제로 공동주최한 이 날 북콘서트에는 방현석 작가가 직접 참가해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작가 소개에 앞서 시 낭송가 김진규 씨가 정선 출신 박정대 시인의 ‘의열(義烈)하고 아름다운’ 시를 낭송했다. 시인이 “의열의열 소리를 내며 바알갛게 타오르는 불꽃들”이라고 읊을 때 화면 가득한 장군의 사진과 단상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의열의열”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나는 어떤 인물도 마네킹처럼 세워 두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 모두를 심장이 뜨거운 인간으로 되살리고 싶었다.”

조선 말기 의병장이자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끈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작가는 3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한결같이 무장투쟁을 이어간 장군의 숭고함이나 찬란한 전공 때문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계급과 이념을 초월해 모든 사람을 오직 동등한 사람으로 대했던 인간 홍범도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는 시종 차분하지만 강경한 어조로 장군과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항일무장투쟁사에서 잊어서는 안 될 이름들. 동청철도 노조의 아버지 김두수, 그의 딸인 여성 혁명가 김알렉산드리아, 천민으로 한국 최초의 외과 의사가 된 박서양, 대한제국의 외교관 이범진,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사라진 최재형…. 우리는 모두 100여 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만주의 비바람 속에서 독립군과 함께 굶주리고 추위에 떨면서 일본군과 치른 치열한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들이라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지켜야 할 이름들은 무엇이었을까.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하고 자료를 모아 집필한 시간만 따져도 무려 13년이었다. 3년에 걸친 집필 기간에는 앉아서 쓰다가 허리가 아파 일어서서 썼는데, 그래도 안 돼서 나중에는 누워서 쓸 정도였다니 그 정성이 예사롭지 않다.

석사동 주민 경동현 씨는 “작가의 설명을 듣는 동안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단순히 잘 썼다는 평가를 넘어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준 것은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종군작가로 소집되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집필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북콘서트가 정말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장군의 구호였다는 “일격필살”을 다 함께 외치며 북 콘서트를 마쳤다. 올가을엔 장군의 80주기를 맞아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오늘, 장군이 살았던 만주와 연해주로 가서 독립군들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보았다.

이은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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