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은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내용을 보면 절차적으로 정당한지, 실익은 있는지 의문이다.

레고랜드 사업 초기부터 개발방식의 문제와 7천억 원 이상의 혈세 낭비를 정확히 예견했던 학습효과 덕분에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춘천시가 밝힌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절차적 정당성, 투입 예산의 적절성, 실현 가능성, 사업의 수혜자 등의 측면에서 많은 의문이 든다.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검토보고서를 보면 춘천시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으로 이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공모기준에 부적합

춘천시가 작성한 ‘국가시범지구 지정요건 검토서’를 보자. 국가시범지구 요건 10개 항목 중 ① 노후 주거지 비율, ② 최근 5년간 3년 이상 인구 감소지역이 공모기준을 충족한다고 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견강부회이며 고양이를 호랑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검토보고서에서 부합한다고 주장한 ①항목은 주거지가 전혀 없는 캠프페이지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춘천시는 근화동의 노후 건축물 비율을 76.98%로 판단해 도시재생 혁신지구사업으로 포장했다. 이를 근거로 사업지구를 지정하려면 캠프페이지가 아니라 근화동의 노후주택 밀집 지역을 선정했어야 했다. ②항목도 마찬가지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근화동 지역은 2017~2019년 3년간 평균 6.58% 인구가 증가한 후 2020~2021년 2년간 평균 2.25% 감소하였으나, 2016년과 대비하면 1천 명 이상 인구가 증가했다. 여기에 현재 신규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으므로 최근 2년간의 인구 감소 폭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견되므로 춘천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절차적 정당성 없어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해명도 의혹을 부추긴다. 지난 20일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여러 문제 중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춘천시는 도시재생 혁신지구사업 신청의 선행 절차인 시민공청회를 위해서는 “단순 구상이 아닌 기본적인 사업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춘천시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 선정은 현재로서는 신청단계도 아니고 구상단계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뜬금없는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 선정’이라는 대단한 업적이 등장했을까? 더불어 “이제는 시민분들과 함께 논의하기 위해 ‘도시재생 혁신지구’사업이 춘천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분석하고 검증하는 등 준비과정에 있음”을 알려준다고도 했다. 이제부터 검토하고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는 도시재생 혁신지구와 관계없이 캠프페이지에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당연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레고랜드? 대장동?

이런 의혹은 재원조달 방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춘천시가 밝힌 캠프페이지 개발사업은 2조3천억 원 이상이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로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국비는 최대 250억 원이다. 투입 사업비의 1%에 불과한 금액이다. 99%는 춘천시 재산이거나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마치 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그냥 생기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마저 있는 형편이다. 

사업방식은 공공개발 방식이다. 춘천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공동출자로 리츠(REIT’s)를 설립하면 총사업비의 20% 이내 출자, 50% 이내의 융자를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리츠란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으로 공모를 통해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후 이 자금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쉽게 말해 춘천시가 부동산 투자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공공기관인 춘천시가 부동산 간접투자 회사를 운용하고, 실제 개발은 민간에서 담당하는 구조다. 이는 혈세 7천억 원 이상을 탕진한 레고랜드 개발방식과 유사하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연상시킨다.

사업 규모도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2년 넘게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대장동 개발사업 규모가 1조 원 규모였던 것을 보면 이 사업이 규모가 어느 정도 공공개발사업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런 엄청난 사업을 춘천시와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동출자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재원의 조달방안을 보면 일차적으로 춘천시가 캠프페이지 부지를 출자하는데 금액은 3천668억9천900만 원이다. 이 금액이 춘천시의 자기자본으로 전체 출자금의 50%를 차지한다. 춘천시 입장대로라면 나머지 50%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3천668억9천900만 원을 출자해 7천337억9천700만 원에 달하는 전체 자기자본을 만들어 1조6천454만1천600만 원의 융자와 대출금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춘천시가 얻을 이익이나 경제적 효과, 출자금의 회수방안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남는 건 부동산 풍선효과

사업으로 인한 인근 부동산시장 대책도 문제다. 춘천시는 “대상지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은 공급가격을 인근 지역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하여 주변 지역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싼값에 분양한다니까 귀가 솔깃하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되면 ‘로또 아파트’라며 청약 광풍이 불 것이다. 춘천시가 나서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미 춘천의 아파트 공급이 포화상태라서 도심 어느 지역의 인구가 유입될 수밖에 없는 풍선효과를 초래할 것이며, 아직 남아있는 원도심의 노후 아파트 재건축 문제 등 춘천시 전체의 주거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캠프페이지 부지는 50년간 미군에 무상 제공되었다가 어렵게 춘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소중한 공간이다. 미군 공여지 반환과정과 환경오염 정화작업, 재오염 해결과정 등 수많은 시민과 시민사회의 땀과 눈물로 찾은 부지를 4년 임기의 시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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