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가 지난 20일 발표한 옛 캠프페이지 개발 계획 초안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춘천은 이용이나 다 될까 싶을 정도의 놀이 공원 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이번의 캠프페이지 개발 초안에 들어 있는 어린이 시설과 그 전에 발표된 어린이 시설이 모두 놀이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이런 식으로 춘천의 발전 방향을 잡아도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한창 희귀 유적 보존 문제로 논란의 와중에 서 있는 중도의 레고랜드, 삼천동 사이클 경기장 부지에 들어서는 헬로키티아일랜드, 서면에 지어지는 토이 스튜디오와 어린이 글램핑장, 이번에 발표된 캠프페이지 내의 어린이 정원, 키즈 미술관 등 어린이 용으로 지어지는 놀이시설이 끊임없이 중첩되는 느낌이다.

물론 최근 이른바 ‘키덜트 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이도구나 기구의 사용에 어린이와 어른의 구분이 옅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시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이른바 하나의 집합소(complex)를 구성하게 될 경우 상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도 하다. 최동용 시장의 취임 이후 춘천시는 줄 곳 서면과 중도, 삼천동의 어린이 시설이 서로가 서로를 돕는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이 머릿속에서 상상한대로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냉철함을 유지하면서 과학적으로 면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조성되는 시설의 큰 이름만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설 구체적인 내용물을 보면 사실상참 많은 중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시설이나 다 자족성을 위해 구색 갖추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로봇체험관 등을 갖춘 애니메이션 박물관 근처에 들어서는 토이 스튜디오와 삼천동에 들어설 헬로키티아일랜드는 캐릭터만 다를 뿐이지 내용은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헬로키티아이랜드에서도 ‘키티’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체험관, 전시관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에 발표된 캠프페이지의 한류문화공간(한wave)에서도 야외공연장, 문화예술마당을 짓는다고 하는데 춘천에는 최근에 새롭게 단장한 KT&G 상상마당의 야외 공연장과 삼천동 야외 공연장이 이미 있고 너무나 많은 공연장 또한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구색 갖추기를 위해 새로이 짓는다면 용도가 폐기될 위기에 처한 과거의 시설물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춘천의 종합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면 이런 시설물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구체적인 내용물까지 들여다보면서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기획해야 한다. 가령 놀이와 역사가 함께 존재함으로써 감성과 이성이 함께 충족될 수 있도록 중도의 선사시대 유적을 화려하게 복원하도록 계획을 변경하는 일을 추진해보는 것이다.

생각 없이 펼쳐서 끊임없이 시 예산을 퍼 붓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캠프페이지 활용사업을 포함하는 많은 공원조성 사업에 춘천시의 더 면밀한 접근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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