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원화 약속 저버린 ‘불통행정’…“일자리”·“경제효과” 등 반복되는 ‘숫자놀음’
민간 부동산개발 불과···시민 땅 내주고 개발이익은 ‘먹튀’ 불 보듯
주거 노후지역 재개발 사업에 영향···해당 지역 주민 피해 예상

‘이슈칵테일’이 여섯 번째 주제로 최근 춘천의 가장 큰 이슈인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를 다뤘다.

지난 9월 4일 육동한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2023년 상반기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후보지로 춘천이 선정됐다”라고 밝혔다. 발표 후 시민단체는 절차적 문제와 도시 숲 축소 등을 지적하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인근 지역 주민들은 개발 기대감으로 크게 환영하는 등 갑론을박이 뜨겁다. 시는 논란이 커지자 기본구상(안) 보완 후 시민과 시의회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토론에는 전흥우 《춘천사람들》 이사장,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김대건 강원대 사회과학대학장, 춘천시민연대 최은예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전흥우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캠프페이지 반환 과정과 지금까지 경과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춘천시민연대 최은예 사무국장
춘천시민연대 최은예 사무국장

최은예 2005년에 캠프페이지가 폐쇄되고 시는 2007년에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았다. 국방부는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토양정화작업을 벌였다. 시는 2012년부터 1천75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국방부 소유였던 캠프페이지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 2016년 4월에 완료했다. 

 

전흥우 캠프페이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시민들의 노력도 컸다.

최은예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리땅 미군기지 찾기 춘천시민모임’을 결성해 토론회와 100회가 넘는 반환 촉구 1인시위를 진행했다. 헬기소음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아온 주민들과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국가를 상대로 10년 가까이 소송을 진행해 승소하기도 했다.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받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고, 환경오염이 심각한 캠프페이지를 제대로 정화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캠프페이지는 시민의 염원과 노력으로 되찾은 것이다.

이후 시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최동용 전 시장은 2016년에 공원화 계획을 밝혔고, 이재수 전 시장 역시 2018년 브리핑에서 캠프페이지 면적 70%를 녹지로 구성하는 시민복합공원 계획을 밝혔다.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넘치게 많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오동철 하지만 민선 7기를 지나 현재까지도 토양정화와 문화재 발굴 등으로 공원 조성이 멈춘 상황에서 현 육동한 시장이 약속을 완전히 뒤집었다.

 

 

 

전흥우 그렇다. 육 시장이 지난 9월 4일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후보지 선정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며칠 후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강원평화경제연구소·정의당 춘천시위원회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춘천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핵심이 뭔가?

 

“공론장에서 도출된 합의안 지키는 게 신뢰행정의 기본”

오동철 우선 절차적인 문제다.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기로 약속한 과정을 무시하고 어느 날 갑자기 독단적으로 뒤집었다. 시의회 동의, 시민공청회 등 절차를 무시했다. 또 문화재 발굴에도 문제가 있다. 발굴이 2025년에 끝나는데 자연녹지지역은 문화재위원회가 ‘복토에 준하는 보존’으로 결정해서 이미 복토를 끝냈다. 문화재청 회의록에도 나온다. 그런데 춘천시는 장마철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임시복토’라고 왜곡하고 있다.

전흥우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에 복토를 통해서 문화재를 보존한 것인가?

오동철 가장 문제가 된 건 춘천역 앞에서 확인된, 고려 때로 추정되는 관청 터와 도로 유적이다.. 당시 문화재청은 레고랜드 사례 때문에 춘천의 유적은 보존하자는 의견이 강했다. 캠프페이지 공원화 계획도 있으니 발굴 유예를 받은 거다. 흙을 덮어서 밑에 있을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미세먼지 숲 예정지는 아예 발굴하지 않았다.

최은예 만일 개발하기로 결정되면 복토한 걸 다시 걷어내고 다시 발굴해야 한다. 문제는 문화재청이 고려 관청 터를 포함한 도로 유적을 다 훼손하라고 허가를 하겠나? 문화재위원회에서 그런 결정 내리기 어렵다. 전국적인 반대 운동에 부딪힐 거다. 

오동철 시의 사업방식은 더 큰 문제다.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공동 출자해서 부동산투자회사 ‘리츠’(REITs)를 설립한다고 말하는데, 리츠는 부동산 간접투자 방식으로 주식 시장 같은 거다. 춘천시가 시행자가 아니라 투자하겠다는 거다. 시는 캠프페이지 부지 약 3천600여억 원을 전액 출자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도 같은 금액을 투자해서 리츠를 공동 설립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시행사는 민간이 맡아서 부동산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공공개발로 포장한다. 

전흥우 2조 원에 이르는 사업비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오동철 기금융자와 대출로 한다는 거다.

최은예 결국에는 분양을 통해서 회수해야 하는데 그러면 시가 출자한 3천600여억 원을 돌려주겠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시가 공공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면 법인이 해산되지 않는 이상 출자금은 시에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은 시민의 땅을 그냥 내주는 꼴밖에 안 되는 거다.

오동철 상장된 리츠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 주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여기에 상업지구가 들어오면 리츠에서 그걸 다 임대해서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다. 시가 리츠를 설립한다는 게 말이 되나? 살펴볼수록 ‘대장동’ 사업을 닮았다.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하는 등 자칫 배임의 소지도 있다. 그만큼 심각한 사업인데 안전장치가 없다. 

전흥우 시는 땅만 내주고 실익은 없을 가능성이 큰데도 레고랜드처럼 일자리 몇만 개, 경제효과 얼마 등 숫자의 환상에 취할까 염려된다. 근데 또 정확하게 말해서 이번에 ‘선정’된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청주가 선정됐다. 국토부 보도자료에 보면 춘천시, 광주광역시 남구, 전주시는 ‘후보지’로서 계획 보완 추진한다고 적혀있다. 풀이하면 올해 신청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다시 준비해오면 우선 고려하겠다는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오동철 신청 내용도 문제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를 선정하는 데 노후주택 비율이 있다. 근데 춘천시는 근화동 지역의 노후주택 비율 약 76%를 적시한다. 사업 후보지는 캠프페이지인데 웬 근화동이냐? 캠프페이지를 신청할 게 아니라, 근화동 지역을 신청했어야 말이 되는 거 아닌가?

근데 또 근화동 인구는 최근 늘고 있다. 국토부가 심사할 때 이런 내용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과연 이게 통과가 되겠는가? 시가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명분이고 2조 원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겠다는 거다.

전흥우 향후 춘천시에 미칠 영향을 꼽아보자.

오동철 현재 춘천 지역 아파트는 포화상태이다. 그런 와중에도 후평동 일원에 몰려 있는 30년 이상 노후 주택단지가 재개발이 시급하다. 그런데 다원지구와 고은리에 이어서 캠프페이지까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이 추가되면 노후 주택단지 재개발에 제동이 걸린다. 노후주택 주민들이 고스란히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전흥우 투기 세력이 몰릴 가능성도 클 것 같다. 대룡산에 올라서 춘천을 보면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도대체 춘천을 왜 이렇게 만들어가는지 답답하다. 행정학이 전공인 김대건 학장님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김대건 강원대 사회과학대학장.
김대건 강원대 사회과학대학장.

김대건 시의 계획을 들어보면 캠프페이지를 춘천형 판교로 만들려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은 판교를 떠나 강남의 직장으로 옮기는 추세다. 이유가 뭘까? '워라벨'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환경에 굉장히 민감하다. 청년들이 일자리만 있다면 정주할까? 대학에서 제자들이 말한다. 일자리와 많은 연봉도 좋지만, 문화향유와 놀이도 중요하다고 말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나이든 고령자들만이 원하는 게 아니다.

전흥우 여러분이 지적하는 문제가 모두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해서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여러 사업의 공청회나 간담회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행정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요식행위에 그쳤다.

김대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장이 제대로 기능해야 하고, 특히 공론장에서 도출된 합의안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논란이 중요하다. 공론장에서 도출한 합의안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행정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것이고, 신뢰 행정의 기본이다. 향후 어느 당의 시장이 되든지 간에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없도록, 이번에는 지역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장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시장과 의회 의원은 시민의 대리인이다. 의회 및 특정 세력의 이해와 시민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특히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의 자율적 행정권과 시민의 자율적 결정권이 충돌할 경우에는 후자가 우선돼야 한다. 이는 주권재민을 천명한 헌법 정신이다. 이번과 같이 시장과 관료조직에 의해 기존의 합의안이 뒤집히는 것은 시민의 자율적 결정권을 무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행정의 자율적 행정권과 시민의 자율적 결정권이 충돌할 때는 충돌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정책을 다시 살피고 점검하는 것이 행정의 임무다. 이렇게 공청회 한 번 없이, 특히 공론장에서 합의한 기존의 합의안을 무시한 채 다른 사안을 발표한 것은, 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넘어서는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굉장히 오만한 결정이다. 시장과 행정관료조직은 시민의 주인이 아니고 공복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를 제대로 밟아가야 한다.

최은예 시와 별개로 시민사회가 자체적으로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캠프페이지 공원화에 대해서 목소리를 냈던 시민들이 합의한 결과를 선언문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걸 디딤돌로 삼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시민 여론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 

오동철 춘천시가 캠프페이지에 주거지가 전혀 없는데 노후주택 비율과 인구 감소 지역으로 넣은 부분에 대해서 국토부에 질의서를 넣을 계획이다. 이런 내용을 정확하게 알리고 그래도 혁신지구로 선정할 것인지 따질 생각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경기 부양의 한 방법으로 춘천시를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절차적인 문제와 법적인 문제를 계속 따지고 장기적으로는 시민 의견을 모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긴 싸움이 될 수 있다.

전흥우 《춘천사람들》이 캠프페이지와 관련한 시민 공론장을 만들어야겠다. 지역에 따라서 서로 간의 이해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시의 개발계획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이해를 도우면서, 시민과 지역에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개발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계획이 되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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