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형극의 메카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 탐방기 ①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내리자 축제 측에서 한국 인형극단 공연팀과 춘천인형극제 사무국 일행을 태우러 차를 보내주었다. 운전자는 내 또래의 전직 경찰 출신 아저씨였는데, 퇴직 후 축제 때면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그는 나중에 우리가 귀국할 때도 새벽에 호텔 앞으로 와주었다. 그는 작은 시골 마을에 외국 손님들이 찾아와 준 게 고맙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인형극을 보고 자랐다고 했다.

그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파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샤를르빌메지에르였다. 작지만 2년마다 한 번씩 국제인형극제가 열리는 동안 전 세계 인형극인들과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도시였다. ‘Festival Mondial des Théâtres de Marionnettes’. ‘세계꼭두극축제’로 번역되는 이 세계적인 축제는 1961년 자크 펠릭스라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3년에 한 번 열리다 규모가 커지면서 2009년부터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축제는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9일간 열렸다.

축제 전 기간에 참가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인 지난 27일, 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해 축제에 대한 대강의 현황이 올라왔다. 총 15만5천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티켓은 5만3천 매가 판매됐다. 정가는 20유로 정도였고, 인터넷으로 예매한 할인가는 10유로 정도였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1만4천~2만8천 원. 86개 극단이 참가했고 이 중 외국극단이 36개였다. 이들이 9일간 472회의 공연을 올렸다. 작은 도시에 실내 극장만 28개를 운영했고, 공식참가작인 IN 공연 외에도 OFF 공연이라 해서 도시 곳곳에 C1·C2·C3라고 표시된 자유 참가작 공연장 구역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거리와 광장에서도 숱한 야외공연들이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축제를 운영하는 인력이었다. 운영 직원은 20명이고, 기술진이 97명인데, 기술진은 한시적으로 고용된 것으로 보였다. 아니 어떻게? 심지어 자원봉사자가 472명이었다! 아, 우리가 축제 때 만난 수많은 운영인력이 모두 자원봉사자였다. 춘천보다 딱 10년 빠른 1979년에 인형극제를 시작한 일본 ‘이이다 국제인형극제’ 또한, 올해 다녀온 한국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아직도 지역의 어르신들이 대부분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다.

춘천인형극제도 초창기 때는 모범택시 운전자들이 자원봉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코코미’라는 이름으로 젊은 대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모집해 운영하는데 해가 갈수록 모집이 쉽지 않다. 이 대목은 춘천인형극제가 앞으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어떻게 축제가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자부심을 공유하는가’하는 부분 말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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