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형극의 메카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 탐방기 ②

예술무대 산의 에 몰린 관객 대부분이 성인이다.
예술무대 산의 에 몰린 관객 대부분이 성인이다.
‘한국주간’에 초청된 한국 작품들,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한국주간’에 초청된 한국 작품들,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세계인형극인들이 2년마다 열리는 축제에 한 번씩은 꼭 다녀오고 싶어 한다는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 인형극제에 올해는 한국이 ‘KOREA FOCUS’로 초청됐다. 춘천인형극제도 국내 작품을 추천하고 샤를르빌 예술감독도 따로 공모를 열어 최종적으로는 네 편이 선정됐다. 예술무대 산의 <그의 하루>, 스튜디오 햇의 <옛날 어느 섬에서>, 백솽팩토리의 <울타리>, 극단 더베프의 <나무와 아이>였다.

축제 측은 메인 광장인 뒤칼 광장으로부터 가까운, 유명한 에스남(ESNAM) 국립인형극학교 바로 옆 극장인 르 포럼(Le Forum) 극장을 ‘한국주간’ 전용 극장으로 내주었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이긴 했지만, 2일 4회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그런데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선 관객들 대부분은 성인이었다. 희한했다. 유럽에 나가면 정말 인형극 관객들의 대부분은 성인이다. 지난해 말, 루마니아와 핀란드의 인형극제를 갔을 때도 극장을 가득 채운 성인과 시니어 관객들을 보며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다른 인형극 관극 문화를 느꼈다.

우리는 뮤지컬·연극 애호가들이 극장 객석을 채운다면 그들은 인형극 애호가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얘기한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에 다 커서도 보는 거라고. 어?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도 보통 유치원부터 인형극을 보는데, 왜 성인이 되면 안 볼까? 나도 춘천인형극제에 성인 관객을 늘려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인형극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뿌리 깊은 의식 때문에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많은 인형극단에서 성인들이 볼 만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단 성인 인형극을 본 관객들은 다들 ‘요즘 인형극은 이렇게 하느냐?’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마 한국에서도 조만간 인형극을 보는 성인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번에 좋은 성과를 내고 돌아온 한국 초청작들은 형식도 내용도 모두 결이 다른 작품이었다. 직장인의 애환, 휴대폰과 성형에 중독된 현대인의 병폐, 그리고 명작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한국적으로 극화한 작품, 더구나 팝업북 인형극인 ‘옛날 어느 섬에서’는 노성신 대표가 불어를 할 줄 알아서 불어로 공연을 진행했다. 당연히 객석 반응은 뜨거웠고 커튼콜에 박수가 끊이질 않아서 여러 번 나와서 인사를 해야 했다.

‘한국주간’이 열린 르 포럼 극장.
‘한국주간’이 열린 르 포럼 극장.

이번 한국 주간에는 춘천인형극제뿐만 아니라 춘천문화재단 강승진 센터장과 춘천마임축제 강영규 감독도 동행해 함께 ‘춘천’을 홍보했다. 굳이 한류 열풍을 들추지 않아도 세계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인형극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춘천인형극제가 1989년에 시작해 올해 35회를 맞이했다는 것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수 있는 역사다. 그래서 춘천은 작은 도시이지만, 세계인형극인들 사이에선 턱 좀 살짝 들어도 되는 자존감 있는 도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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