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싹거리는 물결이 쓸고 간 모래톱에 반짝거리던 금모래가 있던 강가. 초여름이면 새콤달콤한 딸기를 먹으려고 배 타고 건너던 딸기밭. 중도 가는 배를 기다리던 근화동 ‘배터(나루)’가 모양만 남아있어도 반갑다. 중도와 서면에 사는 친구들은 강 건너에서 매일 아침 배를 타고 학교에 왔다. 지금 생각하면 힘들고 고단했을 친구들이 그때는 그렇게 부러워서 친구 집에 놀러 가려고 나루에서 배를 기다리던 시간이 얼마나 설레었던지 그 시간이 아슴하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있어 그 시절의 정취를 찾아볼 수 없다. 반백 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럴 수밖에. 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는 해마다 수수 경단을 빚어 생일상에 놓았고, 그 경단을 대추나무에도 끼워두고 소양강에 와서 띄워 보내기도 했다. 별 탈 없이 오래 건강하게 살라는 기원이었던 것 같다. 소양강·중도·서면은 그렇게 오래된 그림으로 내 기억 속에 이야기로 남아있다.

가끔 물안개가 보고 싶다거나 숲속을 걷고 싶어질 때면 춘천대교를 건너 기억 속의 섬 중도에 간다. 내가 꼽는 춘천 중도의 제1 비경은 하중도 생태공원으로 돌아드는 좌회전의 첫발자국에 멈춰선 풍경이다.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와 서면이 건너다보이는 너른 강 풍경. 춘천호에서 흐르는 자양강과 소양호에서 흐르는 소양강이 춘천에서 만나 신연강으로 흘렀던 강은 의암댐이 생기면서 넓은 호수로 변했다. 그 의암호의 풍성한 강물이 한눈에 들어와 마음이 시원해졌다.

여기서 한 번 멈추고, 일방통행의 좁고 아늑한 길을 천천히 돌아가면 하중도 생태공원에 이른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숲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도시 속의 정글, 예전에 춘천시민들의 풍요로운 놀이터였던 위도와 중도, 그 아름다운 섬들을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주었는지 시민들에겐 빼앗긴 섬이다. 그나마 여기 요만큼 남아있어 위안으로 삼는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눈으로만 바라보던 강물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가끔 강물에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 출렁이게 하는 보트. 시원한 강을 가르며 물줄기를 공작새처럼 펼치고 강을 타고 달리는 수상 스키어들이 찾는 곳. 강가에 폰툰(pontoon)을 띄워 보트와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이곳에 이정표가 있다.

“선상 카페 브릭 아일랜드”.

물 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강 건너 풍경이 근사하다. 대부분 뷰를 찾는 사람들은 2층을 선호하게 마련이지만, 손에 만져질 듯 찰랑이며 흐르는 물결이 좋아 나는 1층을 선택했다. 아이들이 봄·가을 소풍 장소로 저 건너편 중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와 도착하던 나루터가 이쯤이 아니었을까? 옆에서는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연신 물속을 시원하게 자맥질한다. 저 멀리 삼악산이 우뚝 서 있고, 물레길이 강줄기를 따라 이어져 있어 느긋하게 춘천을 감상할 수 있다. 참 좋다.

강을 건넌다는 건 무척 낭만적인 일이다. 찰랑거리던 강기슭에 부드럽게 밀려 오르내리던 금모래는 없어도, 엄마가 수수 경단을 떠내려 보내던 옛 강변은 없어도, 강 건너에서 또 다른 춘천의 앞모습을 마주하고 앉아 가까이에 세월처럼 천천히, 그렇지만 빠르게 흐르는 강 물결을 느낄 수 있는 선상 카페가 여기에 있어서 참 고맙다. 흐린 하늘에서 빗줄기가 투둑 떨어진다. 비에 젖는 호수, 이건 너무 좋다. 

백경미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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