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길었던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강촌 구곡폭포 산책길을 걸었다. 물론 자동차로 가는 것이 편하지만, 이번엔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시청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7번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휴일이어서인지 버스 승객은 많지 않았다. 전망을 생각해 맨 앞자리에 앉아 가기로 했다.

춘천 시내버스는 절대로 빠른 길을 택하지 않는다. 걸어서 10분 가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10분 동안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런데 7번 버스는 중앙로를 지나 공지천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뒤 시외버스터미널 쪽으로 바로 내달려 시 외곽으로 접어들더니 옛 경춘국도를 따라 의암호를 가로지른다. 여기서부터 나들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에 눈이 즐겁다. 운전하는 것보다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 탁월한 선택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더구나 대중교통은 경로우대 카드를 사용하니 만족감이 최고다.

북한강 길을 따라 잠시 달리니 곧 강촌이다. 다리 밑으로 사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강촌역을 지나 구곡폭포 종점까지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버스 승무원에게 다음 버스 시간을 확인한 후 구곡폭포 산책길을 걸었다. 천천히 걸어도 20분 정도면 구곡폭포까지 갈 수 있었다. 구름이 많아 햇빛은 따갑지 않았고 잦은 비 때문인지 산책로는 이끼로 덮여있어 걷는 길에 운치를 더했다. 축축한 숲 공기에 저절로 깊은숨을 몰아쉰다.

산책로 중간마다 앉아 쉴 수 있는 시설들이 잘 마련돼 있었다. 음식들을 준비해온 방문객들이 담소를 즐기는 모습들이 여유롭다. 좀 더 걸으니 문배마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춘천에 온 지 30년이 다 됐지만, 아직 문배마을에 가보지 않았다, 산책은 좋아하나 산을 오르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나이가 들다 보니 아껴야 할 것은 말뿐이 아니다. 무릎을 아끼느라 그쪽 길은 눈길도 주지 않고 폭포를 향해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아 정겨운 폭포 소리와 함께 계단을 만난다. 폭포를 직관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올라야 할 계단 길. 조금 높아 보이기는 해도 막상 오르면 아주 높지는 않아서 곧 폭포 앞에 서게 된다. 최근 잦은 비로 수량이 제법 많아 떨어지는 물줄기가 보기 좋다. 가끔 와서 보던 폭포 중 가장 폭포답게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폭포의 기운을 만끽하고 한결 여유로운 기분으로 걸어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눈에 띄지 않던 돌탑들이 물가에서 각각의 소망을 담고 빼곡히 서 있다. 버스 종점 옆 매점에 번데기와 어묵 냄새가 정겹다. 추억을 떠올리며 어묵 한 개를 먹었다. 반려견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매점주인은 반려견들의 배설물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며 기사에 반영해달라고 부탁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곳곳에 널려있는 반려견들의 배설물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우선 불쾌감을 준다. 관리부서에서는 마땅히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는 매시 1시간 간격으로 종점을 출발한다. 도심을 벗어나 넉넉하게 세 시간이면 여행을 떠난 기분으로 숲속을 산책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나들잇길이었다.

이춘실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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