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형극의 메카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 탐방기 ③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프랑스의 작은 도시 샤를르빌메지에르는 1961년에 국제인형극제를 시작해 축제를 여는 도시에서 세계인형극의 메카로 자리를 잡았다. 1981년에는 국제꼭두극연맹((UNIMA) 세계 본부를 유치했고, 1981년부터 국제꼭두연구소(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를 개설했으며, 1987년부터는 국립꼭두고등예술학교(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 ; ESNAM), 흔히 ‘에스남 국립인형극학교’라는 학교를 세웠다. 한마디로 인형극 관련 주요 단체는 다 모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에스남 국립인형극학교 견학에는 인형극제 식구들뿐 아니라 마임축제‧문화도시 관계자와 극단 도모 관계자가 함께했다.
에스남 국립인형극학교 견학에는 인형극제 식구들뿐 아니라 마임축제‧문화도시 관계자와 극단 도모 관계자가 함께했다.

춘천에서 이 도시를 찾은 우리 일행을 축제 측이 학교 견학 일정을 마련해 줘서 학교 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인형극학교는 국립인 만큼 전액 국비로 3년간 교육하는데, 놀라운 점은 한 기수가 졸업할 때까지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발한 인원만 3년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딱 16명만 선발한다니 당연히 입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인형극에 필요한 목공부터 미술·연기·연출·의상에 심지어 행정까지 졸업 후 프로 인형극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부러웠다.

국립인형극학교 실습실에서 설명을 듣고 유니마코리아 최준호 이사장이(가운데) 직접 통역해주고 있다.
국립인형극학교 실습실에서 설명을 듣고 유니마코리아 최준호 이사장이(가운데) 직접 통역해주고 있다.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강대국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궁금했다. 그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실적이나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사람에게 이렇게 투자하는 두둑한 배짱은 어디서 오는 걸까. 춘천에서도 전임 시장 시절 인형극학교를 추진하려고 했다. 나는 축제와 관련해 일하는 사람이고 인형극학교를 추진한 단체와는 관련이 없어서 그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다. 결국에 인형극학교는 무산되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20명 내외의 학생들에게 1년간 얼마를 투자한다고?”

“그럼 1인당 얼마야?”

“그 교육생 가운데 춘천 사람은 몇 명 있어?”

아직 우리 현실은 이렇다. 인형극학교가 없는 나라는 많다. 우리나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예대에 한 과목 정도 개설돼 있다고 들었다. 춘천인형극제는 1년에 두 번, 2주 정도 전문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예술 장르든 발전하려면 신진 세력을 키우고 전문가를 재교육하는 학교가 필수 요소다. 그런 예술학교를 당장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늘 문화강국을 외치는 우리나라가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지원금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할 문제다. 예술가들이 지원금 신청서류를 준비하는 데 하세월, 얼마라도 받으면 나중에 정산하는 데 또 하세월이다. 16명이 다닌다는 그 국립인형극학교를 나서면서 나는 괜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안 부럽다. 안 부러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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