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 친환경농산물 인증심사원.
안기호 친환경농산물 인증심사원.

핵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적잖이 당황스러워 한마디 한다. 농식품부에서 인증하는 제도가 여럿 있는데 농산물을 인증하기 위한 제도로는 친환경농산물인증과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제도가 대표적이다. 친환경농산물인증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재배방식으로 병해충 발생 시 식물에서 추출한 농약 성분을 이용해 방제하는 반면, GAP 인증제도는 농가에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농약을 기준치에 맞춰 적절하게 사용해 안심하고 농산물을 섭취하도록 하는 제도다.

GAP 인증제도는 농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농약 안전사용기준’을 토대로 작물과 농약별로 사용 가능한 농약 사용량 기준치를 설정해 기준치 이내로 사용하면 안전하다고 국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이에는 여러 지표가 사용되는데 여기서는 네 가지만 언급한다.

첫째는 최대무작용량(NOAEL)이다. 장기간 투여해 실험동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약품의 하루당 최대 투여량을 말한다. 둘째는 1일 섭취 허용량(ADI)으로 체중 1kg당 1일 섭취량을 kg/mg으로 표시하는데 일반적으로 해당 농약을 허용량만큼 평생 섭취해도 영향이 없는 양을 말한다. 셋째는 잔류허용기준(MRL)이다. 모든 작물에 사용되는 농약이라면 ADI에 체중을 곱한 값을 1일 농산물 총섭취량으로 나눈 값이 그 농약의 잔류허용한계가 된다. 마지막으로 안전계수(SF)인데 일반적으로 안전계수 설정은 실험용 쥐 래트를 이용한다. 이 쥐가 평생 섭취해도 영향이 없는 농약량이 1,000mg/kg이라면 쥐와 사람의 종간 차이를 고려해 10분의 1로 줄이고 어린이나 노인 등 사람의 차이를 고려해 다시 10분의 1로 줄여 10mg/kg이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인데 이때 안전계수는 100이 된다. 이 논리라면 사람이 하루에 체중 1kg당 10mg의 농약을 섭취해도 별 영향이 없으니 체중 60kg인 성인의 경우 농약을 매일 600mg을 먹어도 된다는 얘기다.

이게 과학적으로 보이는가? 실험용 쥐 래트의 평균 몸무게가 250g 정도이고 사람은 평균 60kg이라고 하면 사람은 쥐의 240배 무게만큼 농약을 더 견딜 수 있으나 안전을 고려해 100분의 1로 줄였다는 건데, 생물의 무게나 부피가 과연 면역력과 정비례할까? 사람이 쥐보다 240배 더 빨리 뛰거나 더 높이 뛸 수 있을까? 모기를 잡으려고 방문을 꼭 닫고 ‘에프킬라’를 살포해도 모기는 금방 죽지 않지만, 위 논리대로라면 사람은 2mg도 안 되는 모기의 30만 배에 이르는 약을 뿌려야만 죽을 정도일까?

이런 농약 안전사용기준은 농약 관련 업계나 정부 관계자들이 기준을 정해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핵 오염수 관련 지표들도 관련된 기관이나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국가에서 인증하는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는 GAP 제도보다 먼저 생겼다. 안전한 농산물을 인증하기 위해 농약 검출 시 인증을 취소한다. GAP 인증제도가 과학적이면 친환경인증제도는 비과학적인가? 핵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이면 오염수 방류 반대는 비과학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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