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춘천은 산과 아름다운 호수와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자연의 품에서 편안한 휴식과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다.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에서 자전거로 단 15분 정도만 나가면 논과 밭, 산과 강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곳곳에 가로등과 깔끔한 산책로, 그리고 공공 화장실 같은 현대 문명의 흔적을 볼 수 있지만, 수도권 공원처럼 인공적인 자연과는 크게 다르다. 춘천의 색과 향기는 모두 진실하다. 이런 곳에서는 아파트에 살아도 무위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작은 정원을 가꾸거나 애완동물을 기른다.

나는 러시아에 살 때 이렇게 많은 애완견을 본 적이 없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이나 중형 개를 많이 기른다. 아마 러시아에 범죄가 만연했던 시절인 1990년대에는 도둑을 막기 위해 개를 길렀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사나운 도베르만이나 로트와일러가 지키는 집은 도둑들이 가장 마지막에나 선택할 것이다. 사냥꾼들도 특별한 종류의 개를 기른다. 그러나 요즘엔 러시아 여성들도 작은 애완견을 기르는 것이 유행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 10년간 생활 수준의 향상과 함께 나타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완동물은 강아지가 아니라 고양이다.

춘천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애완동물도 작은 품종인 것 같다. 나는 밖에 나갈 때마다 춘천시민들이 자신의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들 대부분은 40세 이상으로 보인다. 개의 크기로 봤을 때 방범용이나 사냥용 개는 아니다. 애완견을 반려동물이라고 하는데 ‘반려’는 친구가 같은 단어다. 그러나 춘천에서 볼 수 있는 애완견은 친구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유모차를 사용해서 친구를 모시는 사람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60세 이상의 90%는 아이가 아니라 애완견을 산책시킨다. 애완견 주인들은 강아지를 마치 아이처럼 대한다. ‘아기’라고 부르는 것을 몇 번이나 들었다.

급속히 노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애완견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놀랍지 않다. 노인들은 이제 자신의 자녀나 손주들과 따로 살고 의도적으로 ‘비혼非婚’ 생활과 ‘무자無子’ 생활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이들을 돌보는 본능을 어떻게든 대체하느라 어떤 사람은 정원을 가꾸고 어떤 사람은 애완동물을 기른다. 한국인은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애완견을 아이처럼 대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시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개는 많은 시간을 잠을 자는 고양이와 달리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건강에 좋지 않다. 또한, 마트에서 애완동물을 위해 파는 이상한 제품을 많이 봤다. 개를 위한 와인·맥주·소주에 짜장면까지 판매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소비가 있으니 팔 텐데 강아지 주인들이 왜 그런 제품을 사는지 알 수 없다. 아이에게 달콤한 사탕이나 기름진 패스트푸드를 주고 싶은 욕망이 아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듯이 개도 마찬가지다.

나는 춘천에서 들고양이를 많이 봤지만, 아직 유기견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배설물을 치우거나 개 목줄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볼 때 견주의 책임의식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언젠가 우리 러시아에서도 춘천처럼 애완견을 잘 돌보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아이들처럼 돌보는 게 아니라 진짜 반려자의 태도로 대하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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