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공간 8곳의 변신…문화도시사업 ‘혈관’
“일상적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문화·예술 향유”

‘전환가게 당신의 들판’에서 무용을 배우는 시민들.
‘전환가게 당신의 들판’에서 무용을 배우는 시민들.

한 시민이 물었다. 춘천에서 어디를 가야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냐고? ‘생생리포트④’는 그런 궁금증을 가진 시민에게 전하는 답이다. 시민이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문화·예술을 누리며 삶의 변화를 체감하려면 각자의 편의에 맞춰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 공간이 꼭 필요하다.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본부는 2020년부터 빈집과 빈 상가를 공개 모집, 총 8곳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각 공간은 생활권 문화·예술 공간이 되어 시민과 시민, 예술가와 예술가, 시민과 예술가 등을 연결하며 문화도시사업의 혈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모두의살롱 효자’(효자동 305-20)의 단골 이용자인 이윤재옥(62) 씨는 “주민 다섯이 목요일 저녁마다 모여서 그림을 그린다. 몇 달 전에 이곳을 알게 되어 장소가 없어 할 수 없던 취미 활동을 이제는 할 수 있다. 언제든 원할 때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랑방이다”라고 소개했다. 올해 이웃과 반찬 만들기·로컬푸드 공유밥상·차 마시기·고민 나누기·그림책·바느질·디저트·와인 등 시민이 직접 마련한 커뮤니티 활동 30여 건이 열렸거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시민 4천 712명이 이용했으며 ‘2030 청년 커뮤니티’ 활동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의살롱 후평’(후평동 711-4)의 단골 주민인 숲해설가 강성호 씨는 “숲해설가 일곱이 이곳을 활동 근거지로 삼아 시민들에게 숲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후평 살롱이 생기고 삭막했던 동네에 활기가 돈다”라고 말했다. 올해 나만의 텃밭 가꾸기·셔플댄스·반려식물·그림책·피자·보드게임·돗자리마켓·요리경연·아침 명상 등 60여 건의 다채로운 커뮤니티 활동이 열렸거나 진행을 앞두고 있다. 매월 주민 7~800명이 이용하는 후평동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인생공방 기록장’(백령로 33-1)은 도시·사람·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창작 아지트이다. 월별 멤버십 회원제로 운영되며, 동네와 이웃의 이야기를 기록하거나 필름카메라 매력 살펴보기, 춘천을 담은 나만의 영화 포스터 만들기 등 춘천을 기록하며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픈 시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올해 현재 약 1천여 명이 이용했다. 특히 청년 커뮤니티의 거점과 개인 작업공간으로도 활용되며 대학생 등 20~30대 청년들이 즐겨 찾고 있다.

‘인생공방 달리학교’(효자동 303-9)는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로컬에-딛터·도시문화전환학교 등 지역에서 살아가며 직업으로서의 문화·예술을 고민하는 사업이 펼쳐진다. 올해 현재 1천727명의 시민과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이용했다. 신소영(강원대 문화도시학과) 씨는 “졸업 후 춘천을 떠나지 않고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학교와 가깝고 현장의 전문가들과 수시로 교류할 수 있는 달리학교가 세상을 달리 보는 힘을 기르며 내 삶을 기획하는 데 큰 힘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생공방 약사스테이’(약사동 59-2)에서는 예술 강사·기획자·활동가가 자유롭게 모여 지역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록한다. 올해는 문화예술교육 강사들의 활동 거점이 되어 교안 개발과 시연 등이 이루어졌으며 11월부터 세대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실행될 예정이다. 올 한해 총 849명이 이용했다.

‘전환가게 당신의 들판’(소양로4가 106-1번지 2층)에서는 예술가가 시민과 활발히 교류하며 문화예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간다. 올해 ‘달밤에 댄스’, ‘한 평 극장’, 다양한 취향을 나누는 프로그램 등이 펼쳐지며 시민 813명이 이용했다. 박정아(55·교사) 씨는 “나의 몸짓이 예술이 되는 벅찬 경험을 했다. 공연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순간은 교사가 아니라 무용수의 삶을 살았다. 놀라운 변화다. 춤은 삶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들판지기 김동일 무용가는 “춘천으로 이주하고 이곳에서 평소에 바라던 프로젝트들을 시민들과 함께 도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덕분에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전환가게 아트살롱썸’(소양로4가 106-1번지)은 문화예술 비지니스와 장르 협업을 원하는 예술인·기획자·활동가들의 거점 공간이다. 육아·청년·경력단절 등의 주제로 밋업프로그램과 지역 안팎의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팝업살롱’ 등이 펼쳐지며 올 한 해 약 2천여 명의 예술가들이 이용했다. 최근 엄마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왁자지껄 뮤즈컬’을 진행한 뮤지컬 배우 정인화 씨는 “엄마들이 자녀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문화예술회관처럼 웅장한 곳이 아니어도 이런 일상적인 공간에서 예술과 문화를 더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뜻깊다. 이곳을 아지트 삼아 뮤지컬을 매개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환가게 괜찮은 작업실’(동면 춘천순환로 454)은 지역의 변화를 꿈꾸고 실행하는 예술가들의 협력 작업공간이다. 현재 춘천 안팎에서 선정된 예술가 8명이 도시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공동창작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춘천의 10개 읍면에 찾아가는 문화 활동 지원사업 ‘ON-다’에 참여할 계획이다. 극작과 연극연출을 전공하는 한성현 씨는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차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훌륭한 멘토들에게 배울 기회를 얻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드문 기회다. 서울·춘천을 부지런히 오가며 많이 배우고 지역에 환원하겠다”라고 말했다.

8개 공간에서는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점’, 즉 시민 개개인이 서로 연결되며 문화도시 춘천의 ‘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민과 예술가들이 이은 선들은 머지않아 거대한 ‘면’이 되어 문화도시사업이 끝난 후에도 문화도시 춘천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빈집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다.

박종일 기자 (사진=춘천사람들DB·정인화·춘천문화재단)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