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화재단, 서진영 작가와 함께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출간
곳곳 빈집, 기회 요소로 활용···“닭을 춘천 상징동물로” 제안
대중교통·육림고개청년몰 등 아픈 곳 꼬집기도

‘로컬’. 흔히 어떤 지역, 특정한 지역 내에서만 살아온 현지인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아마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또 쉽고 무책임하게 사용되는 키워드일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진행하는 수많은 사업과 지역에서 새로 등장하는 일자리,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콘텐츠가 지역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앞세우며 어김없이 ‘로컬’을 붙인다. 그런데 과연 안팎에서 제대로 ‘로컬’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일 때가 많다.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이 책은 그런 답답함에 숨통을 트이게 하고 무릎을 치게 할 만하다.

이 책은 춘천문화재단이 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고성의 출판사 온다프레스와 협업하여 1년여간의 기획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춘천에 살아본 적 없는 작가 서진영 작가는 ‘30대 청년1인 가구’로서 6개월간 춘천 곳곳을 걸어 다니며 직접 발견하고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정책이나 담론이 아닌 일상에 녹아든 진짜 ‘로컬’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로컬이라는 표현 속에서 지역성의 상실을 느끼기도 한다. 로컬이라는 개념이 각 ‘지역’이 갖는 고유성의 색채까지 끌어안고 있지는 않은데 여기도 로컬, 저기도 로컬, 일단 로컬이라 이름 붙이기 바쁜 인상”이라며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키워드, ‘로컬’에 뼈 있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춘천의 주거·교통·교육·복지·자연·인구 구성 등 여러 면모를 외부의 시선으로 꼼꼼하게 살핀다. 그 시선과 관찰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흔히 접해온 낭만적 춘천 찬양이 아니라서 신뢰할 만하다. 대중교통의 불편함, 육림고개 청년몰의 실패 등 아프지만 새겨들을 이야기도 많고 춘천 곳곳의 빈집을 기회 요소로 활용하거나 ‘닭’을 춘천의 상징동물로 삼자는 등 솔깃한 제안도 반갑다.

‘로컬’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는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으며, 31일에는 서울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신간 출간을 기념한 북토크 ‘도시를 걷는 방식에 대하여’가 열렸다. 

서진영 작가는 근대 문화유산을 따라가는 여정을 담은 《하루에 백 년을 걷다》, 공예 무형문화재 12인의 장인 정신을 담은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전국의 시장을 여행지로 제시한 《한국의 시장》, 도시의 매력을 소개한 《부산 온 더 로드》, 《서울, 문화를 품다》, 한국을 대표하는 노포를 취재한 《또 올게요, 오래가게》 등을 펴냈다. 박종일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