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지난해부터 루마니아·핀란드·몬트리올·카자흐스탄·일본 등 부지런히 해외 인형극제를 다녔다. 외국의 여러 축제를 보러 다니며 스스로 물었다. 축제가 뭘까? 난 무엇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가?
이렇게 답을 써본다. 축제는 ‘모여서 신나고 힘이 나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럼 공연예술축제는 뭘까? 어떻게 해야 즐겁고 힘이 날 수 있을까? 결국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다. 첫 이야기에서 먼저 얘기했던 성인 인형극 관객의 확장 역시 결국은 좋은 작품, 곧 콘텐츠다. 이번 샤를르빌 인형극제는 28개 극장, 숱한 골목과 공원, 그리고 광장에서 수많은 인형극을 펼쳤다. 개인적으로 대여섯 개의 공연은 ‘아, 여기 와야 이 공연들을 볼 수 있구나’ 싶은 좋은 공연들이었다. 그 규모만큼 관객의 처지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한 장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샤를르빌의 장점일 수 있다.
이번 축제 기간에 춘천인형극제는 아비아마(AVIAMA;세계인형극우호도시연합)에서 주는 ‘국제 이니셔티브 어워드’라는 상도 받았다. 현대 인형극 발전을 주도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했다. 샤를르빌 시장도 우리 일행을 시청에 초청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물론 다른 국가 관계자 몇도 함께 한 리셉션이었다. 2025년에 유니마(UNIMA;국제인형극연맹) 총회가 춘천에서 열린다. 세계인형극 관계자들이 정말 춘천을 주목하고 있다는 걸 그곳에서도 느꼈다.
올해 춘천인형극제에선 의미 깊은 사업 하나를 새롭게 펼쳤다. 바로 인형극 아트마켓이다. 국내 축제와 문화재단, 극장 관계자와 해외 프로듀서들까지 약 60여 명을 인형극장 마당으로 초청했고, 한국의 인형극단 20개 극단이 부스를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홍보했다. 그 자리에서 60여 건 이상의 구두계약이 이루어졌다. 축제가 한국 인형극 유통 플랫폼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춘천인형극제의 얼굴이라 하면 많은 사람이 거리 퍼레이드를 기억했다. 지금은 ‘퍼펫 카니발’이란 이름으로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 퍼레이드와 시청 앞 개막 축하쇼를 보면서 스페인 프로듀서 한 사람은 “여기가 샤를르빌 같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했다. 팔호광장부터 시청 앞까지 행진하는 시민들, 그리고 시청 앞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을 보고 놀란 것이다. 샤를르빌메지에르가 꿈을 이룬 도시라면 춘천은 지금 그 꿈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는 도시다. 워낙 한식주의자라서 먹는 건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꿈 하나 알뜰히 챙겨 온 여정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