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앗!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자까지 알게 됐다고요? 일거양득(一擧兩得)! 읽지 않을 수가 없겠죠?

伯 : 맏 백

伯자는 ‘큰아버지’나, ‘맏이’, ‘우두머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人(사람 인)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인데, 白자는 촛불이 밝게 켜져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밝다’나 ‘희다’라는 뜻이 있지요. 이렇게 ‘밝다’라는 뜻을 가진 白자에 人자를 더한 伯자는 ‘밝게 빛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여기서 밝게 빛나는 사람은 무리에서의 우두머리, 즉 옛 씨족사회에서 형제 중 제일 큰형인 맏이를 伯이라고 했던 것이지요.

牙 : 어금니 아

牙자는 ‘어금니’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牙자는 윗니와 아랫니를 그린 모양이지요. 그런데 牙자는 사람이 아닌 동물의 이빨을 그린 것이에요. 옛날의 牙자를 보면 동물의 앞니가 서로 맞물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거든요.

絶 : 끊을 절

絶자는 ‘끊다’나 ‘단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絶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色(빛 색)자가 결합한 모습인데, 糸자와 色자의 조합만으론 ‘끊다’라는 뜻을 유추하기 어렵지요. 그러나 絶자의 옛 모양을 보면 본래는 絲(실 사)자 사이에 여러 개의 칼이 그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실을 칼로 끊었다는 의미가 되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刀자가 色자로 변형되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絃 : 줄 현

絃자는 ‘줄’이나 ‘끈’, ‘현악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絃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玄(검을 현)자가 결합한 모습이지요. 玄자는 활과 시위를 그린 것입니다. 玄자에 糸자를 결합한 絃자는 원래 활에 걸린 ‘줄’을 의미했지요. 그래서 弓(활 궁)자에 糸자를 결합한 결합한 弦(시위 현)자도 ‘활시위’나 ‘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성어에 읽힌 옛이야기

춘추시대에 ‘백아(伯牙)’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거문고를 무척 잘 탔다고 합니다. 어찌나 거문고를 잘 타는지 거문고 소리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좋은 연주를 알아들을 수 있는 관객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다행히도 백아에게는 자신의 훌륭한 연주를 알아들을 수 있는 훌륭한 귀를 가진 친구가 잇었답니다. ‘종자기’라는 친구였어요.

어느 날 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타기 시작하자 종자기는 그 소리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굉장하네. 태산이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일세.”

또 한번은 백아가 도도히 흐르는 강을 떠올리면서 거문고를 켜자 종자기는 이렇게 말했지요. “정말 대단해. 큰 강이 눈앞에 흐르고 있는 것 같군 그래.”

이처럼 종자기는 백아의 생각을 거문고 소리를 통해 척척 알아맞혔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북쪽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바위 그늘에 머물렀습니다. 백아는 우울한 기분을 거문고에 담아 연주했지요. 그런데 곡을 연주할 때마다 종자기는 척척 그 기분을 알아맞혔어요. 그러자 백아는 거문고를 내려놓고 감탄했지요.

“정말 대단하네. 그대의 가슴에 떠오르는 것은, 곧 내 마음 그대롤세. 그대 앞에서 거문고를 켜면, 도저히 내 기분을 숨길 수가 없네.”

그런데 이후 불행히도 종자기가 병으로 죽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백아는 거문고를 때려 부수고, 줄을 끊어 버리고는 두 번 다시 거문고에 손을 대지 않았지요. 이 세상에 자기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은 이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의미의 백아절현이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랍니다.

고사성어의 의미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는 뜻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함을 이르는 말.

출전: 《여씨춘추》.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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