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도입 10개월…불편한 ‘고향사랑e음’ 개선 절실
기부와 지역 특산물·관광·문화 상품 연계…지역 문제 해결 위한 펀딩·지정 기부 도입해야

‘이슈칵테일’이 고향사랑기부제 정착을 위한 과제를 토론했다. 왼쪽부터 토론에는 김대건 강원대 사회과학대학장, 《춘천사람들》 전흥우 이사장,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이슈칵테일’이 고향사랑기부제 정착을 위한 과제를 토론했다. 왼쪽부터 토론에는 김대건 강원대 사회과학대학장, 《춘천사람들》 전흥우 이사장,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춘천사람들》에서는 올해 처음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지자체 추진현황과 한국보다 앞서 시행된 일본 고향납세제의 성공사례를 담은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슈칵테일’은 일곱 번째 주제로 고향사랑기부제 정착을 위해 무엇을 개선할지 의견을 나눴다. 토론에는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김대건 강원대 사회과학대학장, 《춘천사람들》 전흥우 이사장, 박종일 취재팀장이 참여했다.

전흥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한국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일본에서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리를 잡은 만큼 우리도 인색한 평가보다는 개선점을 짚어보면서 잘 정착되도록 얘기해 보자. 먼저 고향사랑기부제를 간단히 정리해달라.

박종일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금의 30% 한도 내에서 지역의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춘천시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1천392명이 1천441건을 기부했다. 누적액은 1억6천302만3천 원으로 목표액 3억 원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답례품 선호도는 닭갈비가 61%로 압도적으로 높고 춘천사랑상품권, 쌀 등을 선호했다. 춘천시의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은 총 35개이다.

기부상한액인 500만 원 최고액 기부는 5건이 있었고 10만 원대가 80%로 가장 많다. 시는 답례품 포장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한편 300만 원 이상 기부자 명예의 전당을 시청 1층에 조성할 계획이다.

김대건 지자체 대부분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세액공제를 통해 국세를 지방으로 이전해 주는 굉장히 좋은 제도다. 지자체장이 별도의 사용처를 정할 수 있어서 지자체 예산이 닿지 않는 곳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기대만큼 기부액이 모이지 않는다. 법인은 불가능하니 기부액이 많이 쌓이려면 소액을 내는 개인이 많이 늘어야 하는데 지자체가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 없어서 아직 잘 모르는 출향민이 많다.

오동철 고향이 화천인데 정부가 전화·서신·문자 등 지자체 홍보를 금지했다. 향우회·동창회에서 권유도 할 수 없다. 과열 경쟁이나 정치적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자기가 현재 사는 지역이 아니면 어디든 기부할 수 있으니 선거하고 관계없다. 현실과 전혀 안 맞는다. 

고향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으면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듯이 한 달에 만 원이라도 기부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천시 곤명면 출신 문위경(서울 거주) 씨다. 문 씨는 한 차례 고액 기부가 아닌 약 5천 원을 24차례나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전흥우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초기에 과열되지 않는 게 맞긴 하다. 공무원이 동원되거나 지자체장들이 치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중앙정부나 언론도 지자체 순위를 매겨서 조급하게 만들면 안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되면 제도 자체가 의미를 잃을 것이다. 또 어떤 개선점 또는 아이디어가 있을까?

오동철 고향사랑기부제는 온라인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부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데다 인증 프로그램 설치·회원가입·QR코드 등 절차가 복잡하고 지자체 정보나 소개도 부족하다. 게다가 종종 먹통이기 일쑤다. 여행·배달 앱처럼 쉽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일부 고액 기부자가 지자체에 직접 연락해서 기부하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는데 그게 핵심이 아니잖나? 이렇게 복잡하고 번거로우면 기부할 마음도 사라진다. 

김대건 기부금 사용처가 불분명한 점도 문제다. 지자체가 사용처를 자체적으로 발굴해야 하는데 사용처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한 지자체는 많지 않다. 또 개인만 기부할 수 있는데 지역에 도움을 주고 싶은 법인·단체 등도 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구간 상향, 연간 500만 원 이내인 기부상한액 폐지 등 여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동철 그러한 모든 것들이 고향사랑기부제 정착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행안부가 여러 지적을 반영해서 지난 6월 ‘고향사랑e음’시스템을 손을 보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무엇보다 동기부여 자체를 가로막고 있는 게 문제다. 일본의 대표 기부 사이트인 ‘후루사토 초이스’에 접속하면 다양한 답례품들이 단순히 제품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문구, 금액대별, 지역별 답례품을 간추려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실시간 인기 답례품이 무엇인지 설명까지 되어 있어 이용자 편의를 증대시킨다. 특히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기부와 재해 또는 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 등도 받고 있다.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또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되어 있어 기부자의 신뢰를 높인다. 

박종일 춘천 출향민 중에는 지역 축제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 특별한 곳을 지정해서 기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의 기부가 구체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걸 체감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높은 춘천 카페 투어 등 지역 자원을 엮은 프로그램도 답례품으로 추가할 만하다. 

전흥우 일본 아사히카와 같은 경우는 동물원이 유명한데 동물원 관련한 기금, 육아지원 사업 등 다양한 기금으로 사용한다. 몬베츠는 환경기금으로 사용한다. 단순히 고향을 위해 기부하는 것을 넘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라는 점을 배울 만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춘천시립미술관 건립도 그런 방식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또 답례품도 가령 ‘춘천몰’ 자체를 연결해서 자유롭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계절별 춘천의 관광 콘테츠를 고르게 하면 좋겠다. 

김대건 시민이 제안한 좋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부족한 사업을 지자체가 채택해서 공공성을 보장하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하는 등 지자체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관심을 유도해내야 활성화될 텐데 중앙정부와 ‘고향사랑e음’은 그런 고민을 할 수 없다.광주 동구에서 민간기부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활용해 발달장애 청소년 동아리 ‘E·T 야구단’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 상영관 ‘광주극장’을 지원하는 ‘지정 기부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행정안전부가 ‘절차를 벗어난 기부 방법’이라며 제동을 걸었었다. 각 지자체가 자율성을 가로막은 중앙정부의 권위주의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행안부가 만든 유일한 채널을 통해서만 기부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치분권의 관점에서 지자체의 자율을 보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오동철 지자체 자율에 더해서 정기적 소액 기부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아 기부를 일상적으로 쉽게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제도정착의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CMS 자동이체로 어느 지자체에 한 달에 5천 원 또는 1만 원을 기부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출향민 1만 명이 한 달에 1만 원씩만 기부해도 1년에 12억 원이다. 10만 원씩 10만 명이면 100억이다. 문화로 잘 정착되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닐 거다.

전흥우 결국, 고향사랑기부제가 잘 정착되려면 ‘고향사랑e음’이라는 행안부 단일 채널로 운영하지 말고 자치와 분권이라는 차원에서 각 지자체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기부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고향을 사랑해서 기부하는 걸 왜 중앙정부에서 틀어쥐려고 하나? 고향사랑 기부와 지역 특산물 및 지역 관광·문화 상품을 연계한 창의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춘천사람들》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취재를 통해 춘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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