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마음으로 시작한 그림

2021년 가을. ‘도시가 살롱’ 3기 ‘위드블라썸’에서 진행한 ‘꽃, 마음, 나를 그리다’에 참여해 처음 그림을 그렸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드로잉북에 새와 꽃을 그리며 즐거운 마음을 키웠다. 그림을 그릴 때 몰입하는 즐거움과 선을 그리고 색을 칠하며 얻는 즐거움이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는 ‘동그리’라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그림을 그릴 동료를 찾았다.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일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걸 알려주는 멋진 어르신.
2021년 가을. ‘도시가 살롱’ 3기 ‘위드블라썸’에서 진행한 ‘꽃, 마음, 나를 그리다’에 참여해 처음 그림을 그렸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드로잉북에 새와 꽃을 그리며 즐거운 마음을 키웠다. 그림을 그릴 때 몰입하는 즐거움과 선을 그리고 색을 칠하며 얻는 즐거움이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는 ‘동그리’라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그림을 그릴 동료를 찾았다.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일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걸 알려주는 멋진 어르신.

한미자에게 강원도는 젊은 시절을 보낸 소중한 곳이다. 군인인 남편의 발령으로 강원도를 떠나있던 동안 남편은 강원도를 고향처럼 그리워했다. 남편이 퇴직하자 부부는 춘천 서면 금산리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봄이면 매화축제에서 이웃과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고, 여름이면 찰옥수수를 따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다. 가을이면 부부가 손 꼭 잡고 걷다 의암호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셨고, 겨울이면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도록 내린 눈을 함께 치웠다. 그의 부부는 금산리에서 열일곱 번의 사계절을 함께했다. 열여덟 번째 봄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홀로 남은 여름은 그에게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50년을 함께한 동반자를 잃은 슬픔은 이루 다 형용할 수 없다. 그때 이웃인 ‘위드블라썸’ 대표가 찾아와 ‘도시가 살롱’ 프로그램 ‘꽃, 마음, 나를 그리다’에 참여를 권유했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일단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첫 그림으로 남편과 코스모스 군락을 찾아다니던 기억을 담아 그렸다. 함께한 선생님과 동료들의 칭찬에 자신감을 얻어 남편이 좋아하던 소나무와 둘만의 사진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작게나마 우울함이 사라졌다. 삶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새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새를 그려보니 손에 딱 느낌이 왔어요. 이상하게.”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하늘나라에 닿기를 바라며 새를 그리기 시작했다. 훨훨 하늘을 나는 새에 마음이 이입되어 맘껏 새만 그렸다. 드로잉북 두 권을 새로 채울 즈음 알게 됐다. 마음을 달래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싶다는 걸. 이후로 꽃과 풍경 그리기에 집중했다. 올해 초에는 두 아들이 그림을 모아 액자에 끼워 집 마당에서 첫 전시를 열어주었다. 삶의 전환을 맞이한 후 만난 다시 없을 행복이었다.

춘천에서 붓을 들었으니 춘천의 풍경과 자신만의 색감을 도화지에 칠하며 살고 싶단 바람을 이야기하는 한미자. 그런 바람이 도화지에 알록달록 펼쳐지길 바란다.

editor 한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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