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수요일, 성북동으로 도서부 인문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엔 마냥 놀러 가는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버스 영화관처럼 ‘라스트 필름 쇼’라는 영화도 보며 첫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길상사라는 사찰이었는데 풀과 나무들이 많아 차분하고 아름다운 멋진 풍경이었다. 아직 이른 가을이라 초록빛과 연둣빛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완전한 가을엔 주위가 온통 단풍으로 물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니 다음엔 꼭 단풍으로 둘러싸인 길상사를 방문해 보고 싶어졌다. 길상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법정 스님께서 돌아가실 때 무소유의 신념에 따라 그저 아담한 텃밭에 자신을 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기신 이야기였는데 신기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길상사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고 두 번째 장소인 심우장에 도착했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여생을 보내신 곳인데, 이곳에서 직접 시를 읊어보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다. 무심코 본 집 안에 엄청나게 큰 글귀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걸 다 쓰실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셨을지 궁금했다. 사진을 찍어 읽어보려 했지만, 알아보기 힘들었다.

심우장에서 자유시간을 가진 뒤 언덕 위로 올라가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가 벽에 걸려있는 성북동 비둘기 공원에 앉아 한명숙 선생님께 시에 대한 해설과 성북동에 대한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재밌는 해설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고 식사 장소인 금왕돈까스로 이동했다. 돈가스 크기가 엄청나서 조금 당황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식사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바로 옆에 있는, 이제는 전통찻집으로 운영되는 ‘수연산방’을 잠시 둘러보고 ‘예장 공원’으로 향했다.

예장 공원엔 ‘거꾸로 세운 동상’이 있었는데 비석에 얽힌 대한제국에 관한 역사도 너무 흥미로웠고 치욕스러운 일을 잊지 않겠다며 거꾸로 세운 이유를 들으니 너무 속 시원하고 그대로 보존한다는 뜻이 자랑스러웠다. 다음은 ‘이회영 기념관’에서 해설사님을 만나 설명을 듣고 체험까지 해봤는데 남성 독립운동에 가려진 여성 독립운동가 이은숙 여사의 숨은 활약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론 이회영 독립운동가 ‘세상의 풍운을 거스르다’가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그분의 짧고 강렬한 인생이 느껴져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기념관에서 도장도 찍어보며 선물도 받아 즐거운 시간이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하루가 정말 짧아서 아쉽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어 상식이 늘어난 기분이라 뿌듯했지만 반대로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내가 조금 부끄러웠고 앞으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공부도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인문 여행을 통해 평소와 다르게 학교에서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고, 들으며, 생각하고 말하니 교과서에서만 본 역사를 직접 느낀 기분이라 벅찼다. 다음에도 이런 인문 여행을 또 갈 생각이 있냐 물으면 당연히 “Yes!”라고 답할 것이다. 교과서에서 벗어나 역사의 장소에 가보는 기회가 더 자주, 더 많은 학생에게도 주어졌으면 좋겠다.

김유인(남춘천여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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