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특화도서관으로 거듭난 소양도서관

소양도서관 전경.
소양도서관 전경.

1960~1970년대에는 마을에 TV가 귀했다. TV가 있는 집은 동네 사랑방이었다. 저녁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아씨’나 ‘여로’ 같은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울고 웃었다. 극장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나 ‘고교 얄개’ 등의 영화를 상영했다.

이미 50여 년이나 지난 옛 추억의 영화를 상영해 시니어들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소문난 소양도서관을 찾았다. 촬영 표시인 ‘테이크’ 조형물이 있는 소양도서관은 영화특화도서관이다. 가을 햇빛에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이 건물 주변에 반짝거리고 길 건너 의암호 나들길에는 윤슬이 아름답다.

춘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작품들.
춘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작품들.

도서관에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얼마 전 상영됐던 ‘범죄도시 3’와 ‘정직한 후보 2’, 그리고 드라마 ‘빈센조’와 ‘킹더랜드’ 등 20여 편이 A4 크기의 액자에 담겨있다. 주인공 사진과 촬영 장소 사진에 짤막한 안내를 곁들이니 진짜 춘천이 영화의 도시인가 싶었다.

소양도서관은 기존 정보 도서관을 변경해 공공도서관의 역할과 영화를 접목해 탄생한 도서관이다. 한국영상자료원과 협약해 오래된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도심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없는 점에 착안해 올해 ‘낭만을 선물하는 추억의 소양극장’을 열었다. 첫 영화 ‘사랑손님과 어머니’부터 반응이 자주 좋아 7~8월 두 달만 운영하기로 했던 것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추억의 소양극장 배너.
추억의 소양극장 배너.

이곳 소양극장의 주된 관객은 어르신들이다. 안전문제 때문에 상영할 때는 직원들이 함께한다. 어르신들 사이에 벌써 입소문이 파다해 친구들과 함께 찾기도 하고 제법 마니아층이 생겼다. 흑백 화질에 소리도 또렷하지 않지만, 어르신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마냥 청춘으로 돌아가 행복한 기분을 맛본다. 얼마 전 ‘5인의 해병대’를 상영할 때는 퇴직 해병대원들이 제복을 입고 단체관람을 했는데, 시청각실이 꽉 찼다.

“어르신들은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뒤에 나오는 배경이나 소품에 관심이 많아요. ‘옛날에 저랬지’라거나 ‘저기 나오는 곳이 내가 살던 곳이야’라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끝나도 계속 앉아 있거나 빨리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어르신도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영화도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아장아장 도서관 영화 나들이’는 유치원으로부터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책만 읽어주는 다른 도서관하고 달리 관련 영상물까지 시청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인기 만점인 두 사업은 내년에 더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

단체영화를 시청하는 시청각실.

2층에 올라가면 복도를 겸한 공간에 영화 대본이 꽂혀 있다. 영화 대본은 한국영상원에서 자료를 받아 제본해 특별함이 더하다. 그 옆에는 큰 글자로 된 새로 나온 책들이 어르신들 보기에 좋게 진열돼 있다. 시청각실에서는 영화도 상영하지만, ‘영화, 영어를 만나다’, ‘감독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북 & 시네마 테라피’ 등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하에는 컴퓨터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개인 공간도 있다. 신작 DVD를 갖춘 관람석은 1인석부터 6인석(패밀리석)까지 있다.

소양강 물결을 바라보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 때다. 건물 주변 쉼터에서 도시락을 먹고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가을 나들이로 손색이 없다. 아담하면서도 책과 영화가 있는 소양도서관. 이번 주말에는 소양도서관으로 영화 여행을 떠나보자.

이은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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