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담작은도서관에서 《로컬 씨, 어디 사세요?》 북토크
작가 서진영, “청소년 위해 음료 적립하는 ‘맡겨놓은 카페’에 울컥”

서진영 작가가 취재와 글쓰는 동안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서진영 작가가 취재와 글쓰는 동안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수도권 편입 등 메가시티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로컬’에 대해 뼈있는 질문을 던진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출간 기념 북토크가 지난 8일 저녁 7시 효자동 담작은도서관에서 열렸다. 30대 1인 가구로서 춘천에 6개월 동안 살면서 책을 쓴 서진영 작가와 대담자로 나선 이선미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이사장, 그리고 쌀쌀한 밤공기를 뚫고 찾아온 30여 명의 시민의 열기가 도서관 안팎을 따뜻하게 데웠다. 현장에서 오고 간 이야기 일부를 짧게 소개한다.

경제·행정·자원·교통·주거·복지·문화 등 다양한 차원을 논문에 가깝게 분석했다. 이유가 무언가?

30~40년을 살아온 주민이 아닌 입장에서 춘천에 대해서 아는 게 없기에 단순한 인상비평이 아니라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해야 설득력을 얻으리라 생각했다. 또 오피니언 리더보다는 택시 기사 등 평범한 시민에게서 날것의 춘천 이야기를 들으며 유명한 것보다는 주변 환경부터 살피려고 했다. 그래서 걷고 또 걸었다. 하루에 약 2만5천 보에서 3만 보 정도를 걸었다. 최대한 생활자의 감각으로 근거를 가지고 춘천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그 걸음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지난해 겨울부터 걸었는데 눈에 띄었던 것 중의 하나가 연립주택 앞마다 눈을 치우는 거대한 삽이 놓여있더라. 서울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주민들이 그걸로 알아서 눈을 치우더라. 또 연탄도 인상에 남았다. 시청과 명동이 있는 번화가 골목에 연탄이 쌓여있다니. 그런데 춘천에서 연탄은행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활성화되어 있더라. 시민 각자의 삶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춘천의 연탄 사용 가구와 연탄 봉사자들 같은 인적 네트워크일 것이다. 세상살이의 안목은 지식이 아니라 관심과 성원의 크기만큼 높아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우연히 들어선 온의동의 한 ‘맡겨놓은 카페’에서는 시민들이 청소년을 위해 음료를 적립한다는 걸 듣고 울컥하기도 했다. 나도 청포도에이드를 적립했는데 나중에 카페 주인장에게 춘천고 학생들이 먹고 가며 감사 메시지를 남겼다는 말을 전해 듣고 다시 울컥했다.

책에서 말하는 ‘로컬’은 무엇이고 어떤 곳인가?

‘로컬’이라는 말은 지방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 위해 쓰는 말인 것 같다.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못한 곳이라는 인식까지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은 지역이라는 말이다. 서울도 로컬이다. 이렇게 애매하게 사용하는 게 옳은지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글을 읽는 독자들 하나하나가 로컬에 사는 ‘로컬 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로컬이라는 말에 대안이 없는 게 아쉽다. 이게 다 유행처럼 번지는 획일화된 로컬정책 때문이다. 지역의 고유성을 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뭔가 다 해체되고 분열되어 어느 지역에 가도 똑같은 걸 경험하고 있다. 이 책의 문제 제기가 지역의 정책을 조금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춘천이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오늘처럼 춘천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이런 자리들이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인프라적인 요건보다 지역의 어떤 분위기와 정서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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