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빈대 붙는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신세를 진다’는 의미로 쓰이지요. 빈대는 다른 동물의 피만 빨아먹고 살기 때문이에요. 물론 사람의 피도 빨고 말이지요.

인류는 오래전 동굴에서 살던 때부터 빈대에게 시달려왔어요. 그러니 빈대에게 원한이 클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인지 ‘빈대도 낯짝이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등 빈대와 관련된 속담들도 많이 남아 있어요.

오랜 세월 사람들을 괴롭혔던 빈대는 21세기 DDT라는 살충제가 개발되면서 많이 사라졌지요. DDT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한국도 1970년대까지 DDT를 적극 사용해 빈대를 퇴치에 뛰어들었어요. 그렇게 한국은 ‘빈대 박멸 국가’가 됐었답니다.

2023년 서울에서 빈대가?

‘빈대 박멸 국가’가 되어 한시름 놓았던 우리나라, 그런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빈대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요. 2023년 10월 13일, 인천광역시의 한 찜질방에서 한 유튜버에 의해 빈대가 발견됐지요. 또 10월 19일에는 대구광역시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되기도 했어요. 이후 부천 고시원 등 빈대 피해 신고가 잇따라 나오있는 상황이랍니다.

지난 15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빈대와 관련한 국민 민원이 1주일새 3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빈대 확산 방지 대책 마련을 관계 기관에 촉구하는 ‘민원 예보’를 발령했어요.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접수된 빈대 관련 민원은 총 104건으로 한 주 만에 3배가 증가했어요.

그런데 사실 이번에 갑자기 빈대가 발견된 것은 아니라고 해요. 전문 방제업체 ‘세스코’에 따르면 빈대 모니터링 건수는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고 하네요. 주로 해외여행객이나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의 이동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요.

외국에 여행을 간다면 꼭 기억해 주세요

사실 한국은 빈대를 보기가 힘든 나라지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는 빈대가 이미 사회적인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되었답니다. 프랑스에서는 2024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지하철 등 대중시설에서 연이어 빈대가 발견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지난달에는 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빈대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빈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지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럽 등 빈대가 많이 나타나는 지역에 여행을 갈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주의 사항을 권고하고 있어요. 간략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최근 빈대가 나타났다는 후기가 있는 숙소나 위치가 좋은데 지나치게 가격이 저렴한 숙소는 피할 것.

-빈대는 직사광선이 비추는 곳을 싫어하므로 숙소에 도착하면 침대에 볕이 잘 드는지 확인할 것.

-이용자들이 직접 침대 커버를 씌우게 하는 숙소를 이용할 것.

-가능한 나무 프레임보다는 철제 프레임 침대를 사용하는 숙소를 이용할 것.

-아침에 빈대 전용 살충제를 침대에 뿌려두고 여행을 시작할 것. 빈대 전용 살충제는 한국에서 구입해 가져갈 수 있다.

-해외여행을 마치면 가방은 열어서 살충제를 뿌려 일광소독하고, 옷가지들은 전부 모아서 온수 세탁 및 의류 건조기에 넣고 돌릴 것.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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