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다’, 예전 학교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8년째 모임
“역사의 속살 접할 수 있고 사람에 대한 이해 폭 넓힐 수 있어”

독서동아리 ‘책수다’ 회원들. 왼쪽부터 박윤옥·김용순·박주희, 그리고 외국여행 중인 유효순 회원.
독서동아리 ‘책수다’ 회원들. 왼쪽부터 박윤옥·김용순·박주희, 그리고 외국여행 중인 유효순 회원.

늦가을 정취를 닮은 독서 모임을 찾았다. 책으로 수다를 떨자는 의미의 ‘책수다’는 ‘국화꽃 향기를 닮은 누이’ 네 명이 모인 인문학 독서동아리다. 지금은 화천정보산업고로 바뀐, 20여 년 전 화천실고에서 함께 근무했던 교사들이 이후 다른 학교로 뿔뿔이 헤어진 게 아쉬워 종종 만났다. 만남의 지속성을 위해 독서동아리를 만든 이들은 2015년부터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해 어언 8년이 됐다.

책 읽기에 일상의 수다를 얹으니 만남의 즐거움은 두 배가 되었다. ‘책수다’에서는 세계 고전 명작을 주로 읽는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하여 관련 있는 작품들을 한 달에 한 권씩 읽고 있다. 세계 고전 명작들은 읽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책들이 많아 읽는 재미가 있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의 두께가 어마어마하다. 러시아 문학으로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외 24권, 영미 문학으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외 33권, 다시 읽고 싶은 세계문학으로 셰익스피어의 《폭풍》 외 14권 등 70권이 넘는다. 안드레이 클라토노프의 《코틀로반》을 끝내고, 앞으로는 노벨 문학 수상작을 읽을 예정이라고 한다. 유효순 회원이 이집트 여행 중이라 인터뷰는 아쉽게도 세 사람만으로 진행하였다.

박주희 회원의 독서노트.
박주희 회원의 독서노트.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해주세요.

박윤옥 :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요. 읽을 때마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 외에도 다른 인물들이 보여서 매번 새로 읽는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박주희 :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입니다. 1985년 당시 금서에서 해제되었을 때는 육아로 읽지 못해 아쉬웠는데 우리 독서 모임에서 읽어서 반가웠어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고, 나 자신이 사회적 인식이 적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용순 :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인상 깊었어요. 책 내용처럼 우리 인생 또한 막연한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명 깊었습니다.

‘책수다’ 독서동아리를 통해 자신이 변화된 점이 있다면?

박윤옥 : 독서 활동으로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TV 드라마 등 오락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적절하게 대중 매체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점이라고 할까요?

박주희 : 세계문학을 통해 세계사의 속살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김용순 :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로 책을 가까이할 수 있었고, 매달 꾸준히 책 읽기를 실천하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뿌듯합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면 어려웠던 일들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던” 어려움, “러시아 문학을 마치면서 문학기행을 추진했는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결국 여행을 가지 못했던” 아쉬움, “러시아 문학을 읽으면서 다른 독서 모임과 연대하여 연말 행사에서 좋은 구절을 발표했던” 즐거움까지. 

춘천 시민 중 자발적으로 오랜 기간 함께 모여서 세계 고전 읽기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는 데 놀라움을 넘어 존경심마저 들었다. 이렇게 소소하면서도 지속적인 독서 생활을 펼치는 시민들이 곳곳에 더 많이 숨어 있을 것 같아 기대도 되었다. 오늘도 “혁명 이후 러시아 사회의 슬픔과 불안을 그려낸”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코틀로반》으로 책 수다를 펼치는 그들에게서 ‘책도시춘천’의 가능성을 만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김정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