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딤 아쿨렌코(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바딤 아쿨렌코(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우울한 시기다! 눈길을 사로잡는 마법이다!

나에게는 이의 이별의 아름다움이 즐겁다.

자연의 화려한 쇠퇴를 사랑한다.

- 알레크산도르 푸시킨

가을이 끝나가고 있다. 내가 거의 매일 집에서 남춘천역으로 가는 길을 따라 서 있는 은행나무의 마지막 잎들은 차가운 11월의 바람에 흩날려 버렸다. 날이 점점 짧아졌고, 아침 해가 침실을 비추기 전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에 추위가 연해주보다 약 2주 늦게 온다는 것에 익숙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10월 10일 이후에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춘천에서는 10월 말쯤 추워지는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조금 더 길게 이어져 매우 기뻤다.

러시아 시인들은 가을을 장엄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시들어가는 시기로, 수확의 풍요로움과 긴 겨울에 대한 준비의 순간으로 묘사해 왔다. 러시아에서는 9월에 가을이 오면 학교에서 새 학년이 시작되고, 10월에는 학교에서 ‘스승의 날’을 축하한다.

러시아에서 가을은 역사적인 혁명들로 가득한 시기이기도 하다. 1917년 10월 25일(11월 7일)에 사회주의혁명인 10월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5년 뒤인 1922년 10월 25일 붉은 군대가 내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로 진주하자 일본군은 저항 한 번 못하고 도시를 떠났다.

한국의 가을에는 추석·한글날·개천절 등 명절과 여러 기념일이 있다. 이날들은 때때로 긴 연휴를 만들어내며 추위가 몰아치기 전 마지막 시기를 즐기기에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간은 가족 여행에 이상적이며, 우리 가족은 작년에도 올해도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9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왜냐하면, 이때 연해주의 날씨가 맑고 첫 추위가 오기 전까지 아주 따뜻하여 자주 소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는 바닷물이 채 식지 않아 수영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9월은 소풍을 다니며 수영하면서 보내곤 한다.

춘천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을이 놀랍도록 아름답다. 나는 자전거로 소양호 주변을 달리며 떨어진 낙엽이 내뿜는 가을 향기와 첫 추위가 찾아온 후 난로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연기 냄새를 마시는 걸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게 가을은 10월 말에 태어난 첫 아이이자 유일한 아이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이번 가을에 내 아들은 한국에서 열한 번째 생일 파티를 보냈고, 우리는 선물과 케이크를 친구들과 함께 진정한 축하 행사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마치 우리가 다시 고향에서 가을을 보낸 느낌이다. 우리 두 번째 고향인 춘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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