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겨울을 데리고 온다. 며칠 전만 해도 울긋불긋 단풍을 보여주던 나무들이 이제는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불쌍하다. 오래전부터 생각할 거리가 있으면 찾는 곳이 있다. 잠시 걷다 보면 슬며시 실마리를 찾게 되는 곳,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상중도다.

상중도는 레고랜드가 있는 중도 바로 옆에 있는 섬이다. 최근 호수지방정원에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에는 조선문학공원 조성 예정지에서 여러 유구와 유물이 발굴되면서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상중도에 있는 고산은 조선 시대부터 많은 문인의 입에 회자되던 곳이기도 하다. 어쨌든 ‘물멍 때리기’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다. 시내에서 지척이지만, 입구 다리만 지나면 작은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니고 물가에는 오리와 물닭이 무리 지어 다닌다. 물가에는 낚시꾼이 한가로이 찌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나무 얘기를 하려고 한다. 상중도 다리를 지나면 제일 먼저 버드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물가 언저리로 물을 지키려는지, 뭍으로 남은 땅을 지키려는지 쭉 늘어서서 보초를 서는 나무다. 덕분에 물에 비친 앙상한 가지의 데칼코마니가 너무 예쁘다. 버드나무에 대한 오해가 있다. 해마다 봄이면 하얀 솜털을 날리는데, 종종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로 오해를 산다. 단지 번식을 위해 씨앗을 운반하는 하얀 솜털 같은 것으로 당연히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버드나무는 오래전부터 약재로도 쓰였다. 독성이 없어 쉽게 복용할 수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아스피린이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들어진 건 이미 비밀이 아니다. 또한, 자연 친화적으로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해서 예로부터 우물가에 많이 심었다. 설화로 전해지는 ‘버들도령’ 이야기나 고려 태조 왕건 및 조선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우물가의 버들잎 이야기가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버드나무 옆으로 군락을 이룬 어린 은사시나무들도 참 예쁘다. 은사시나무는 유럽이 원산지인 은백양 암나무에 수원지역에 자생하는 수원사시나무 수나무를 인공적으로 교배해 탄생한 새로운 나무다. 세계적인 임목육종학자인 현신규 교수가 산에서도 빨리 자라는 나무가 없을까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버드나무목에 속하는 은사시나무는 은수원사시나무 또는 현사시나무라고도 불린다. 현사시나무는 현신규 교수의 성을 따 붙인 이름이다.

가로수로도 많이 심은 은사시나무는 생명력과 번식력이 아주 왕성해 전국에 걸쳐 분포한다. 은사시나무는 나뭇잎 뒷면이 은회색을 띤다. 지금은 많이 없으나 한때는 필수품이었던 성냥개비의 원료나 과일을 담는 나무 상자로 많이 사용되었다. 한참을 물을 바라보며 거닐다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서는데 나무 위에 겨울 철새인 말똥가리 한 마리가 휘리릭 날아와 앉는다.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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