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지역에서 불리는 아라리에는 긴아라리‧자진아라리‧엮음아라리가 있다. 긴아라리는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일을 하면서 동시에 희로애락과 같은 정서를 표현하는 데 매우 자유롭다. 단 두 줄로 사람의 마음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라리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밭을 매는 일이라든가 나무를 하러 간다거나 삼을 삼는 일들은 대개 혼자서 하는 일들이다. 물론 삼삼오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도 하지만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들은 노동강도가 세지 않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면서 저절로 소리가 나오게 한다. 혼자 있을 때는 마음껏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장소가 크고 넓은 밭이라면 누가 들을 일도 없으니 실컷 한풀이를 한다. 

살게 바우 노랑 차조밭 어느 누가 매주나

비 오고 날 개는 날이면 단둘이 매루가세

노랫말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날그날 심사에 따라 적당한 노랫말을 붙인다. 그래서 아라리는 노래가 아니라 소리이다.

이에 비해 자진아라리는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경우가 많다. 강원 지역에서 자진아라리는 주로 모심을 때 불렀다. 모심는 일은 여러 사람이 함께하며 마을 단위로 진행한다. 볍씨를 뿌려 모를 키워 모를 쪄서 논에 심는 행위는 일종의 마을 축제와도 같다. 마을의 모든 집을 돌아가며 모를 심기 때문이고 모두 모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남성들은 모두 그날 모심을 집에 모여 모를 심고 마을 아낙들은 모두 모를 심는 집에 모여서 밥을 해 모꾼들을 먹인다. 이러니 마을 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

모는 줄에 맞춰 손으로 심는데 이때 자진아라리를 한다. 자진아라리는 선소리와 받는소리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선소리는 혼자서, 받는소리 부분은 모를 심는 모든 사람이 합창한다. 이렇게 합창하면서 일의 속도를 맞추고 능률을 높인다. 사람들은 소리를 하느라 일이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심어주게 심어주게 심어주게

오종종 줄모를 심어주게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선소리꾼이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뒷소리를 하며 모를 심는다. ‘심어주게’ 하면서 모를 심는 일을 독려한다. 줄을 맞춰 심어달라면서 지시하기도 한다. 이에 모꾼들은 다 같이 후렴을 외치면서 한바탕 신명을 낸다. 

앞의 긴아라리는 혼자서 일하면서 자신의 심사를 그때그때에 맞게 편하게 불렀다면, 자진아라리는 많은 사람이 소리를 하면서 집단 신명을 불러일으켜 일의 능률을 올리고 힘든 노동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소리라 할 수 있다.                

유명희(춘천학연구소 학예연구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