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세찬 강원녹색당 사무처장
설세찬 강원녹색당 사무처장

지난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세종대로에 다녀왔다. 전국에서 600여 단체 3만여 명이 참여하여 기후정의를, 체제전환을, 배출 제로를 외친 대규모 집회였지만,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집회 두 달 전부터 ‘923 기후정의행진 강원참가단’이라는 이름으로 도내 각 단체에 공문을 발송하였고, 현수막·포스터·SNS로 홍보하였지만,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심지어 도청에서 참가단 기자회견을 했을 때는 단 한 사람의 기자만 자리했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일까? 권력이 불편해할 말을 꺼리는 관변 단체가 되어버린 언론들을 보면서, 특히 원주의 아카데미극장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재차 되새긴다. 어느덧 언론은 정권의 추함을 가리는 화장품이 된 것 같다. 지금은 또 시대가 바뀌어 개인에서 개인으로의 정보 전달이 순식간인 세상이기에, 언론과 다른 채널의 보도 내용의 격차를 볼 때면 황당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는 대체 어떤 세상에 사는 걸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있다. 참 맞는 말이다. 이념 편향성 측정기처럼 누가 들고 있는 신문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 또한 어떤 신문은 단 5분을 읽는 것조차 곤욕이다. 이러한 지금, ‘춘천사람들’ 신문지를 들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선명하지 않음을 문제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은 정권의 화장품도, 시민의 이념 측정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참말 한마디가 온 세상보다 무겁다”라는 격언이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언론의 역할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왜곡된 진실보다 말의 홍수 속에서 우선순위에 밀려난 진실이 더 많다. 어떤 척도로든 양극화가 다반사인 이 세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어느 한 편의 말이 더 증폭된다. 사실이지만 진실이 아닌 말들이 인터넷에 즐비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일까? 이틀 만에 빵 한 조각 먹은 노숙자의 경우라면, 빵을 먹었다는 말과 이틀을 굶었다는 말은 둘 다 사실이지만 후자가 진실일 것이다. 진실은 변치 않지만, 진실을 바라보는 눈은 변한다. 즉 관점, 어디에 앉아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류층의 자리에서 돈과 권력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고, 서민의 자리에서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춘천은 참 아름다운 도시다. 사계절에 따라 바뀌는 풍경을 보며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생각한다. 이 아름다움이 미래에도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춘천시민이자 한 명의 독자로서 우리 지역신문 ‘춘천사람들’을 참 좋아한다. 창간 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비를 따라다니는 여덟 살 아이처럼, ‘춘천사람들’이 춘천시민의 자리에서 소외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언론이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