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복, 일상의 철학을 담은 아홉 권의 책에 담다

현재 동산중 교장으로 재임 중인 정운복 작가. 사진은 춘천청춘산악회의 지리산 산행 모습.
현재 동산중 교장으로 재임 중인 정운복 작가. 사진은 춘천청춘산악회의 지리산 산행 모습.

“작가는 책으로 이야기한다지요. 일상 속 생각의 편린들을 정리한 것뿐인데, 세월이 쌓이다 보니 책의 권수가 늘었네요. 글쓰기를, 기록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잊히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는지 모릅니다.”

자신을 무명작가라 소개한 정운복 씨가 글을 쓰는 이유다. 2011년 《흙의 문화를 꿈꾸며》, 2015년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 2016년 《고래가 바다로 간 이유》, 2017년 《벽과 담쟁이》, 2019년 《느림의 행복》, 2021년 《물처럼 바람처럼》, 2021년 《못생긴 소나무》, 2022년 《비움과 채움》, 그리고 2023년 올해 《행복한 그루터기》까지 무려 아홉 권이나 책을 낸 그의 대답이 참 꾸밈없고 담백하다.

그는 대학에서 한문 전공으로 교사가 되었는데, 교직에 나와서는 컴퓨터를 부전공하여 교장이 되기 전까지 컴퓨터를 가르쳤다. 30년 넘게 컴퓨터 연수 강사로 활동하면서 연수생들과 맺은 소중한 인연을 기억하고자 생각의 단상들을 글로 적어서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작가의 길을 걷게 해준 첫 책 《흙의 문화를 꿈꾸며》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최고의 책을 한 권 집필한다는 느낌으로 책을 쓰라는 출판사의 권고를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매년 책 한 권을 내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인터넷 공간의 소통이기에 비교적 짧은 글을 쓴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고, 30년째 그 고통을 인내하고 있다.

“글감이 고갈되고 기록하는 언어에 변비가 느껴질 때가 가장 힘들고, 그 과정을 이겨내고 한 편의 글을 완성했을 때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글쓰기는 그의 가장 큰 행복이다. 책이 한 권씩 늘어갈 때마다 책임감의 깊이도 함께 깊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여여당(如如堂)’은 그의 서재 이름이다. ‘여여(如如)하다’는 것은 세상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무명작가인 걸 다행으로 여긴다는 그는 “제 생각을 거침없이, 물 흐르는 대로 써 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라며 법정의 ‘무소유’처럼 늘 경계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매일 30분 일찍 출근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감을 생각하고 기록해 왔다. 또, ‘월급의 10%는 책을 사자’는 자신과의 약속도 20년째 지키고 있다. 독서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자양분이고 행복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책이 도서관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늙어가고 안구의 노화를 촉진할지라도 가끔 공감으로 함께해 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가 계속해서 책을 내는 원동력은 바로 독자들의 존재다. 일상에서 소소한 정보와 소박한 철학을 만나고 싶다면 여기 ‘거침없이,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무명작가 정운복 씨의 책들을 읽어보길 권한다.

정운복 작가는 춘천청춘산악회 차기 회장이다. 청춘산악회는 4년 전 산에 진심인 사람들이 ‘인자요산(仁者樂山)’으로 뭉쳐 만들었다. 바람도 결코 산을 흔들 수 없는 위대함을 맛보는 산행이 으뜸이지만 어쩌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계속 산에 가는지도 모른다고.

“자기가 몸담았던 도심에서 벗어나 물외 세계에서 자신을 돌아봄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현재 100대 명산 완등을 앞두고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면 산으로 오세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책과 산을 좋아하는 무명작가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김정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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