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 ‘2023 우리 마을 기록사업’
북산면·석사동·신사우동 주민자치회 주도로 자료 수집
활동공유 및 통합전시회 4~10일 성황리 마쳐
마을기록, 미래 세대 교육과 주민자치에 큰 도움
짧은 시간과 적은 예산에 비해 희귀 자료 많이 발굴
이교선 센터장, “마을 정체성과 자원 알아야 의제 설정 가능”

‘2023 우리 마을 기록사업’ 사업참여자와 관계자들이 지난 4일 활동공유회에서 서로의 노고를 격려했다.
‘2023 우리 마을 기록사업’ 사업참여자와 관계자들이 지난 4일 활동공유회에서 서로의 노고를 격려했다.

소양강댐 건설 50주년,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고은리 행정복합타운·우두동 옛 농업기술원 일원·캠프페이지·학곡지구·다원지구 등 각종 개발 등 대전환기에 놓인 춘천,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마을의 옛이야기와 사진 등을 수집하여 기록물로 제작한 뜻깊은 사업이 펼쳐졌다.

(재)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이사장 성길용)가 활동 공유회와 통합전시회를 끝으로 ‘2023 우리 마을 기록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우리 마을 기록사업’은 마을의 역사와 문화, 주민의 기억을 주민이 직접 발굴하고 기록하는 사업으로 주민자치회에서 주민과 함께 주도한 ‘주민자치’의 대표적 사업이다. 

지난 8월 공모를 통해 북산면·석사동·신사우동 총 3개의 마을이 선정됐다. 이후 (재)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와 세 마을의 주민자치회 등이 협력하여 3개월여 진행된 사업 과정을 살펴보면, 마을기록자로 참여한 주민 대상 기초교육이 8월 16~17일 약사동 집수리도서관에서 진행됐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이 ‘마을기록의 필요성’, 김헌·유명희 춘천학연구소 학예사가 ‘마을기록 활용사례와 방법론’과 ‘마을 이야기 구술 수집 방법론’을, 이나래 문화도시센터 콘텐츠PD가 사진찍기와 원고쓰기 등을 강의했다. 이어서 8월 22일에서 9월 12일까지 계획수립 워크숍이 각 마을에서 두 차례 열렸다. 이후 주민들은 11월까지 각 마을의 구석구석 현장조사와 기록수집을 진행했다. 

북산면에서는 주민 김대림·박성순·신양섭·이진구·임창경·지미선 씨가 참여, 희귀사진 66장을 수집하고 마을기록 책자 《산·호수·별이 아름다운 찾고 싶은 북산면》을 펴냈다. 이들은 각 마을의 유래와 수몰로 사라진 마을의 풍경을 발굴하고 수몰민들과 남아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산면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했다. 

석사동에서는 주민 김창수·김복순·김태양·진재환·원천희·한상범·박윤서 씨가 참여하여 석사동의 지명 유래, 공간·인물 역사 찾기, 마을 거점 촬영, 옛 자료 수집, 노포 인터뷰 등을 진행, 《석사동 ‘벌말’의 화양연화》를 펴냈다.

신사우동에서는 주민 김원봉·김일·윤홍식·이일정·신영길·조숙정 씨가 기록자로 참여, 희귀사진 58매를 수집하고 《콩닥콩닥 신사우동 어제, 오늘, 그리고…》를 펴냈다. 주민들은 신사우동의 유래와 역사를 기록하고 마을 자원으로 삼을만한 명소 발굴. 마을을 지켜온 사람들의 구술 채록 등을 통해 신사우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아냈다. 

각 결과물은 마을전시회를 통해 주민들과 공유됐다. 북산면전시회는 11월 24일에 북산면행정복지센터에서, 석사동전시회는 11월 14일 춘천농협엔타점·15일 우석중·16일 석사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신사우동전시회는 11월 22~23일 신사우동행정복지센터에서 각각 열렸다.

이어 올해 사업을 총 정리하는 활동공유회 및 통합전시회가 12월 4~10일에 펼쳐졌다. 지난 4일 시청 지하 1층 민방위교육장에서 진행된 활동공유회에는 주민자치회 관계자, 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 임직원 등 60여 명이 참석하여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참여자들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시청 1층 로비로 이동하여 통합전시회를 관람했다.

통합전시회는 12월 4~5일 시청 1층 로비에서, 이후 6일부터 10일까지는 지하도상가 중앙로터리에서 진행됐다. 

“결과보다 주민 참여로 기록하는 과정 자체가 큰 의미”

‘2023 우리 마을 기록사업’ 통합전시회에서 북산면주민자치회는 마을기록 책자 《산·호수·별이 아름다운 찾고 싶은 북산면》과 마을기록 사진 패널 34점(사진 66장), 석사동주민자치회는 마을기록 책자 《석사동 ‘벌말’의 화양연화》와 사진 20여 장, 신사우동주민자치회는 마을기록 책자 《콩닥콩닥 신사우동 어제, 오늘, 그리고…》와 마을기록 사진 패널 30점(사진 58장) 등을 선보였다. 

(재)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 성길용 이사장은 “결과물보다도 주민자치회와 주민이 직접 마을의 자료와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앞으로 지역의 숨은 자료들이 더 많이 수집되어 후손들에게 보여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신양섭 북산면주민자치회장은 “보람이 크지만, 아직 숨어 있는 자료가 몇 배 더 많이 있다는 걸 알기에 아쉬움도 크다. 이 때문에 마을 기록사업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보완하고 개정되는 시스템을 가져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김창수 석사동주민자치회장은 “석사동은 90년대 들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많은 것들이 사라져 자료수집이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노포’를 핵심 주제로 잡아서 대원당·쌍다리이용소·시민닭갈비 등을 기록했다. 또 언젠가는 과거가 될 현재의 석사동을 드론과 같은 현대적 방법을 활용해 기록했다”라며 보람과 아쉬움을 전했다. 신영길 신사우동주민자치회장(춘천시주민자치협의회장)은 “흩어져 있는 신사우동의 문화유산과 명소를 발굴하고 이를 투어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다같이 돌자 동네 한 퀴’를 하면서 우리 지역에 대한 기록이 꼭 필요함을 알게 됐다”라며 “초·중학교 학생들이 마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외국을 더 잘 아는 세태가 아쉽다. 마을기록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주민자치의 역사에 남는 사업으로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북산면과 신사우동의 멘토를 맡은 오동철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은 “소양강댐 건설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북산면 주민들이 피해를 감내하는 수동적 입장에서 이제는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접한 게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라며 “짧은 시간과 적은 예산에 비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등 희귀한 자료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묻혀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다. 특히 면 단위 지역의 기록이 굉장히 중요하다. 마을 기록사업은 앞으로 춘천 지역 주민자치의 방향과 마을 자원 활용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 이교선 센터장은 “지역의 대표적 자생단체인 주민자치회 덕분에 가능한 사업이다. 각 주민자치회도 마을 사업의 의제를 정할 때 마을의 정체성·역사·자원을 알아야 하기에 마을 기록사업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사업을 올해보다 더 내실 있게 꾸려가겠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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