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노동 통해 자립…당당한 자기 발표로 한 뼘 더 성장
지난 5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 성과공유회 열려

근로자들이 직접 만든 행사장 내 대형 캠페인 현수막.
근로자들이 직접 만든 행사장 내 대형 캠페인 현수막.

지난 5일 교동에 있는 마을창작공작소 커뮤니티 돌봄센터에서 올해 2년째 운영 중인 ‘춘천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춘천에서는 모두 네 곳의 수행기관이 해당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인 주식회사 나비소셜컴퍼니에서 올해 한 해 동안 진행한 사업내용을 공유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5일(화) 오전 성과발표회를 시작으로 7일(목)까지 전시회와 체험행사로 운영되었다. 중증장애인의 직무로 만들어진 ‘장애인 공익캠페인 활동가’, ‘문화예술활동가’, ‘반려식물동행가’ 등의 근로활동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또 하나의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인 셈이다.

첫날 진행된 사업성과 발표 행사에는 춘천시 장애인복지과와 춘천호반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를 비롯해 근로자와 그 가족 등이 함께 참석했다. 전체 사업 진행성과 공유 뒤에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개별 발표가 진행되었다. 각자가 기억에 남는 일, 알게 된 것, 변화된 것, 하고 싶은 것, 그리고 감사한 것 등 같지만 다른 노동의 경험을 당당하게 발표하였다. 많은 참석자 앞에서 혼자 서서 자기 발표를 하기까지는 한 달 이상의 준비과정이 있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최중증장애인의 발표는 영상을 통해 참석자들과 공유되었다. ‘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서로의 도전은 공공일자리 사업을 통한 10개월의 전과 후로 확연히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근로자 발표를 통해 그동안의 어려움과 노력, 그리고 함께 일한 동료들과의 팀워크, 개인의 성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 수 있었다.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공익캠페인 전시 작품.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공익캠페인 전시 작품.

“매번 다른 발표 때는 사람들 앞에서 너무 긴장해서 눈물을 쏟느라 혼자서 발표하기가 어려웠다”라고 했던 한지혜 씨는 이날 발표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당당하게 멋진 발표를 마쳐 큰 박수를 받았다.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그의 부모님은 “평소 딸아이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직접 보지 못해 늘 맘이 쓰였는데, 하나씩 스스로 잘 해내고 있다는 걸 확인해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수학교 전공과 과정의 졸업을 앞두고 여름부터 인턴십으로 참여한 이다빈 씨는 생애 첫 직장에서 자기 발표를 위해 “집에서도 연습했어요”라고 한다. 늘 수줍어하던 모습 뒤에서 모두에게 드러난 매끄러운 발표를 마치자 큰 호응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한 명의 물러섬도 없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로 ‘나 이렇게 일했어요’를 온 힘으로 준비해 내보인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자리에 함께한 모두에게 힘이 되어주었다는 소감으로 공유회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노동을 통해 장애 인권과 환경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로 만든 작품들은 7일까지 전시됐다.

춘천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2023년 성과공유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공익캠페인 전시 작품.진행 장면.
춘천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2023년 성과공유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공익캠페인 전시 작품.진행 장면.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 활동에 종사하는 지역전문가들이 함께 만나 작업한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함께하면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알게 되는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떠나 ‘우리’로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아닐지 열린 질문을 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더러는 눈으로 확인하면 어느새 알아챔이 되는 순간도 있으니까 말이다.                                 

김윤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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