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이제 막 끝나가고 있다. 올 한 해를 오롯이 춘천에서 보냈다. 올해는 다양한 사건들로 가득 찼다. 그중 일부는 기쁜 일이었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년 내내 정말 새로운 경험을 많이 쌓았다. 예를 들어 최초로 경찰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범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조사로 내 자전거를 돌려준 수사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나는 처음으로 응급실에 가보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해 꽤 오래 사는 동안 병원에 입원할 일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데리고 오면 이런 일도 발생하는 법이다. 나는 응급 구조대와 강원대병원 의사들에게 매우 감사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침착하게 설명해주고 올바로 치료해 주었다.

또한, 나는 처음으로 춘천에서 모든 계절을 보냈다. 눈썰매를 타며 시작한 올해 봄에는 모든 향기를 맡았고, 비 오는 더운 여름도 즐기고, 아름다운 가을도 보냈다. 이제 단풍이 든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다시 흰색 옷을 입는 겨울이 다가온다.

계절의 변화를 따라 올해 내내 스노보드와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과 바다에서 수영도 즐겼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전국 답사였다. 내가 연구자로서 올해 내내 이른바 고려인 마을을 열심히 조사했다. 고려인들이 역사적 고향으로 돌아와 한국 내에서 곳곳에서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 공동체의 발전 수준이 높아지면 고려인들뿐만 아니라 러시아어권 옛 소련 출신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가 된다. 이 동네를 ‘고려인 마을’이라고 부르는데, 내 연구 대상이다.

때로는 한 달에 5~6개 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여행의 종점은 그전처럼 내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고 춘천이었다. 이 때문에 남춘천역에 도착할 때마다 나는 마치 집에 가까이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누군가가 나를 항상 기다리는 곳, 나를 항상 환영하는 곳이다.

러시아에서 연말은 매우 즐거운 시간이다. 연말에는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보너스를 받고,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많은 파티를 연다. 그리고 12월 31일 저녁 10시쯤에는 잔칫상을 차린다. 밤 12시 10분 전에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신년사가 방송되며, 이후에는 크렘린의 시계탑 종소리가 울리면서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그 순간 사람들은 샴페인으로 가득한 술잔을 마주치고 마시면서 소원을 빈다. 

러시아에서는 연초 일주일 동안 휴일이다. 새해를 맞이한 후에는 성탄절이 이어진다. 러시아에서는 율리우스력에 따라 1월 7일이 성탄절이다. 또한, 율리우스력에 따라 1917년 러시아혁명 이전의 옛날식 새해맞이 파티도 연다. 이 시기는 한국의 추석 연휴와 매우 유사하다. 

내가 첫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춘천이라는 지역에 사람들이 없다면 그저 돌과 물이다. 나는 춘천시민들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아마도 지난 10년 동안 처음으로 나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024년도 춘천에서 보내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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