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리 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열림 
홍주리 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열림 

2018년 봄, 정당에 가입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2016년 겨울 정권교체를 외치며 유모차를 함께 끌던 친구들과 같이 활동하고 싶었다. 정당 지지율은 15%가 넘었고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2023년 현재 지금은 당원이 아닌 이들도 있고, 다른 정당으로 간 이들도 있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이들도 있다.

2019년 춘천으로 오면서 정당에서 당직을 맡아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꾸준히 내려갔다. 분위기는 점점 꽁꽁 얼어붙고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나만 잘못한 것은 아니겠지만, 정치가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유발했으며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식으로도 정치 활동은 필요하다. 올해는 춘천에서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읽는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을 이끄는 ‘폴티’ 최하예 대표는 정치를 혐오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가능성을 보는 관점을 제안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고전 읽기를 반복해서 해야 한다고 말한다. 

플라톤부터 아리스토텔레스·마키아벨리·홉스·로크·루소·몽테스키외, 존 스튜어트 밀과 베버까지 혼자 읽기 어려운 정치 고전을 여러 사람과 함께 끝까지 반복해서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치 고전을 읽으면 ‘개념’을 알 수 있다. 근본적인 관점이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개념을 알게 되면 공동체의 합의에도 도움이 된다. 개념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논의와 토론이 일어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지금의 한국 정치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24년은 정치의 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총선뿐만 아니라 미국·러시아 대선 등 다른 국가들에도 큰 선거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 시작된다. 화려한 이력이나 출신 지역, 학교보다 공동체와 공동체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 같다. 베버의 책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dennoch!)’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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