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 독자.
안기호 독자.

2015년에 일자리를 구해 춘천에 정착한 지 8년이 넘었다. 해가 바뀌면 햇수로 10년이다. 10년이면 타향도 고향이나 다름없다.

올해 춘천시에서 춘천시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을 추가로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이미 신북읍주민자치위원으로 공적 영역의 자원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고, 춘천시에서 운영하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시민대학’ 2기 과정을 수료하고 해당 강사과정 교육까지 마친 뒤라 춘천을 위해, 또 나 자신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란 생각에 위원모집에 지원했다. 시민대학과정을 공부했던 다른 동료들도 위원모집에 참여했다.

춘천시장이 SDGs 시민대학 첫 강의에 참석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했기에 위원모집 공고를 보고 춘천시의 발 빠른 대응에 감탄하며 나름 기대감을 높였다. 오래지 않아 이메일로 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위촉장을 첨부파일로 받았다. 시청 담당 공무원에게 위원회 모임에서 위촉장을 주는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모임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러 날이 지나 담당 공무원이 위촉장을 받으러 오라고 했다. 다른 위원들도 모이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냥 담당 공무원이 방문하는 사람에게 배부한다는 거였다. 그냥 우편으로 받기로 했다. 위촉장은 9월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금 이때까지 위원회 소집에 대한 소식은 일절 없었다. 기존 위원이었던 사람에게 위원회 활동에 대하여 물었더니 지난 1년간 별 활동이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춘천시 산하에는 각종 위원회가 129개에 이른다고 한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위원회도 일부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위원회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3~4개 위원회 위원들에게 활동 여부를 문의했더니 거의 활동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위원회에 가입한 대다수 시민은 이름뿐인 위원회에 구색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 외에 특별한 활동이 없는 것이다.

새로 시장이 선출되면 시장의 공약 사항이나 시정 방향에 따른 과제를 개발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러나 그 많은 위원회 중 제 역할을 한다는 위원회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각 위원회가 해마다 목표를 정하고 위원회별로 현황판을 만들어 진행 상황을 계량화한다면 한다면 공무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위원회를 구성해 게시판에 위원들 명단만 올리는 것 말고 그냥 방치만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다른 지자체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수원시에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각각 구성돼 있는데, 지속협의회가 지속위원회와 협의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목포시는 지속협의회와 지속위원회를 통합해 운영함으로써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춘천시도 지속가능협의회 인력을 활용해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함께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해 나가면 어떨까. 옛말에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했다, 춘천시가 변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손뼉을 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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