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용은 봉황과 함께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한 친숙한 영물이지요. 또 용은 12띠 동물 중에서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기도 합니다. 청룡의 해를 맞아 용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지렁이도 용이라고?

용은 순우리말로 ‘미르’로 불렸습니다. 용은 물의 신이기 때문에 ‘물’의 옛 형태인 ‘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하지요.

한국에서는 보통 오래 산 뱀인 이무기가 도를 닦아 여의주를 획득하면 용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뱀이 500년을 살면 비늘이 돋고, 다시 500년을 살아 1천 살이 되면 뿔과 날개가 돋아 용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요. 또 잉어가 오래 묵거나 용문을 오르면 용이 된다고 하는 전설이 있고, 지네나 조개가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전설도 종종 있어요. 사실은 땅속에 사는 지렁이도 ‘땅의 용’이라는 의미인 지룡(地龍)이에서 변화한 형태랍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에서의 용의 모습은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코는 돼지, 목덜미에서 몸통은 뱀, 배는 조개,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다리와 손바닥은 호랑이와 비슷한 모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속 용궁에 사는 물의 신이자 물속 생물들의 왕이고 구름 위를 다니며 날씨를 다스린다고 하지요. 그래서 옛 선조들은 비가 오지 않으면 용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용은 81개의 비늘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중 단 하나의 비늘만은 거꾸로 돋아나 있지요. 그 비늘을 역린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용의 약점이기 때문에 역린을 건드리면 용이 격노해 화를 낸다고 해요. 그래서 ‘역린을 건드리다’는 표현은 군주 혹은 윗사람이 노여워하는 약점을 건드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왕을 상징하는 동물

다른 몇몇 나라들처럼 한국에서도 용은 왕을 상징하는 동물로 사용되었습니. 광개토대왕릉비에는 동명성왕이 황룡을 타고 승천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신라의 문무왕은 죽으면 동해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말을 남겼지요. 특히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바다에 장사를 지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또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그의 후손들은 용의 핏줄이라고 전해져 오지요. 실제 태조 왕건은 용조(龍祖)라는 별칭으로, 문종은 용손(龍孫)이라 불렸습니다. 그래서 왕건과 왕건의 후손들은 겨드랑이에 비늘을 가지고 있다는 전설도 생겨났어요.

조선시대에도 왕이나 태자가 입는 옷을 곤룡포(口龍袍)라 부르며, 조선시대에는 왕이 앉아 나라를 다스리고 정무를 돌볼 때 앉는 의자를 용상(龍床)이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용과 관련된 지명, 전국 1천261곳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한 ‘띠 지명이야기’에는 용과 관련된 지명이 모두 1천261개가 있다고 합니다. 전라남도가 310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전라북도 229개, 경상북도 174개, 경상남도 148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이 1천40개, 산 명칭이 110개, 폭포 명칭이 24개, 바위 명칭이 23개 등의 순이었지요.

강원에서는 태백시 창죽동의 ‘검룡소儉龍沼)’가 유명합니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이곳에서부터 514㎞의 한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고자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가장 먼 쪽의 상류 연못을 찾아 헤매던 와중에 이곳에 이르게 되었지요. 용은 이곳이 가장 먼 상류의 연못임을 확인한 다음 연못에 들어가 용이 되기 위한 수업을 시작했는데, 검룡소 계곡은 그때 연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친 자국이라고 합니다.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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