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옥 협동조합 퍼니타운 이사장
박인옥 협동조합 퍼니타운 이사장

‘기레기추적자’라는 이름을 내건 SNS 페이지가 있다. 꾸준히 극악한 언론의 민낯을 알려주며 잘못된 기사의 팩트를 바로잡아주는데, 강도 높은 비판과 유머가 반 스푼 정도 섞여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조중동’의 편파 보도와 황색저널리즘에 화가 나 있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 직후 페이지 운영자는 본인 계정에 “기레기추적자 페이지를 시작한 지 햇수로 8년 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가장 참담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수많은 가짜뉴스를 고발하면서 늘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그였는데, 큰 허탈함을 느끼는 듯했다. 아마도 ‘인간’임을 의심하게 만드는 ‘혐오’의 정점을 마주했으리라.

역시 언론의 보도행태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헬기 이송은 특혜”, “헬기로 딴 병원 간 건 이재명이 처음”, “습격범 용서해주면 정치적 포용력 보이는 것” 등 자극적인 기사 제목들이다. 심지어 한 칼럼의 제목은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희망”이다.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교수가 직접 수술 경과를 브리핑했지만 소용없는 듯하다. 댓글은 더 가관이다. “자작극”이라거나 “쇼”라거나 “반창고로 붙이면 된다”라거나 한 인간의 위태로움 앞에서 온갖 조롱을 일삼는다. 진영을 떠나 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 ‘테러’ 앞에서 이럴 순 없다. 인간이라면!

불행하게도 이 사회엔 정치 양극화를 넘어, 그냥 정치혐오만 남았다. 극단적인 행위로 드러난 혐오는 이 사회가 병들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정치의 메커니즘이 실종되고, 권력의 배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언론’은 보도의 자유를 무기로 선동의 나팔수가 되었다. 언론의 선동은 늘 이런 식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타도해야 할 적을 지정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분리로 연결된다. 사람들은 늘 선의 편에 서고 싶다. 중도층의 다양한 목소리는 관심받지 못하며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언론은 히틀러의 파시즘을 찬양한 ‘라디오’와 다를 게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정치’와 ‘개딸 전체주의’ 등 혐오의 언어를 동원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청산하자고 했다. 이재명은 ‘악’이고 비정치인을 자처하는 자신은 ‘선’인 것 마냥. 혐오로 이득을 얻는 건 언제나 잘못한 쪽이다. 혐오가 선을 넘으면 대중은 정치에서 멀어진다. 그렇게 되면 투표 결과는 심하게 왜곡된다. 

그렇다면 혐오에 혐오로 대응할 것인가? 혐오는 말과 단어, 행동으로 표출되는 현상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공동선을 위한 선택으로 포장돼 늘 우리를 부추긴다. 이제 우리는 의도적인 정치혐오에 속지 말고, ‘따옴표 저널리즘’과 단 몇 개의 기사로 모든 현상을 파악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진실에 다가가려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성토의 목소리는 내되 ‘혐오’에 가담하기를 거부하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