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우(발행인)
전흥우(발행인)

한 해의 마지막 밤 자정이 되면 제야의 종이 울리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이 한 해의 희로애락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해를 맞는 설렘으로 잠들지 못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 밤을 의미하는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짊어졌던 삶의 짐을 덜어내거나 모든 은원 관계를 말끔히 청산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부뚜막이 헐었으면 고치고,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쓰레기를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고 합니다.

지나온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해 첫날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첫 태양을 맞이합니다. 해돋이를 보는 것 또한 지난날을 잊고 새 삶을 기약하고픈 마음일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모든 걸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만큼 삶은 늘 만족보다는 결핍에 기울어 있습니다.

오늘의 태양이 어제와 다르지 않고 오늘 먹고 마시고 만나는 일상이 어제와 그리 다를 게 없는데도 굳이 시간에 금을 긋고 분리하려는 건 ‘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던 길 잠깐 멈추고 어디까지 왔는지, 다른 길로 새지 않고 똑바로 걸었는지 한숨 돌리며 돌아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춘천사람들’의 1년을 돌아봅니다. 지난해 말 창간 8주년 행사를 했듯이 어쩌면 지난 1년이 아니라 8년이라는 시간 전체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춘사’는 춘천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닐까? ‘춘사’는 나 자신에게 정녕 어떤 존재일까? 이에 대해 답할 수 없다면 성찰도 개선도 무망한 일일 것입니다.

2023년을 시작할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면은 종잡을 수 없었고 관계는 실종됐으며 자립의 토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지역사회공헌이라는 취지는 말할 나위조차 없었습니다. 무너진 부엌에 하나하나 돌을 쌓고 진흙을 이겨 바른 뒤 낡은 솥단지를 들어내고 새 솥을 얹어야 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 밥은 새 솥에 지어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되는 낭보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동학혁명 1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동학사상은 ‘경천敬天’에서 시작해 ‘사인여천事人如天’을 거쳐 ‘인내천人乃天’으로 발전했습니다. 하늘을 경외하는 것에서 출발해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는 단계를 거쳐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 사상이 억압과 착취에 억눌려 있던 민중의 혼을 일깨웠고, 반봉건·반외세의 함성으로 타올랐습니다.

올해는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백호·주작·현무 더불어 4신으로 불리는 청룡은 그중에서 가장 존엄하고 고귀한 존재라고 합니다. 청룡은 동쪽의 수호신이며 나무와 봄을 관장한다고 합니다. 동쪽과 봄은 모두 시작과 근원을 뜻합니다. 모든 이에게 올해는 단지 지난해와 다른 한 해가 아니라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거듭남’이길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가 몸담고 사는 춘천과 대한민국 전체가 환골탈태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춘사’도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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