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인터뷰 ② - 까위(cawi) 박성준 대표
강원대 졸업 앞둔 창업 청년···상품 4종 특허 출원
반려인·반려동물 모두가 편한 스마트 브러시 개발
“춘천은 창업하기 좋은 도시···멘토링·네트워크 큰 도움”

 

《춘천사람들》은 갑진년(甲辰年) 새해 1월, 네 번의 기획 인터뷰를 준비했다. 춘천에서 살아가는 예술인·창업 청년·외국인 유학생·어린이집 원장 등이 들려주는 새해 목표와 바람은 결국 지역사회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1월에 소개되는 인터뷰는 12월에 다시 찾아온다. 《춘천사람들》은 올 연말 이들을 다시 만나 1월에 밝힌 목표와 바람이 지역에서 실현됐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 실패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 그간의 사정을 다시 들려줄 계획이다. 그를 통해 춘천이 꿈을 이루고 살만한 도시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년 두 번째 특별 인터뷰에서는 청년 창업자인 박성준(강원대·30) 까위(cawi) 대표를 만났다. 반려동물의 털을 관리하는 스마트 브러시 출시를 앞둔 박 대표는 강원대 동물응용과학과 4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까위(cawi)는 춘천시 반려동물산업 창업·영업지원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킨텍스에서 열린 ‘메가주 일산’ 펫박람회에 참여했다. 사진=까위(cawi)
까위(cawi)는 춘천시 반려동물산업 창업·영업지원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킨텍스에서 열린 ‘메가주 일산’ 펫박람회에 참여했다. 사진=까위(cawi)

 

‘까위(cawi)’는 어떤 기업인가?

‘까위(cawi)’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나(companion animal with i)의 줄임말이다. 개와 고양이를 위한 스마트 브러시를 아이템으로 친동생인 박범준(28)과 둘이서 창업했다. 경기도 시흥이 고향이고 대학 진학을 계기로 춘천에 왔다. 춘천에 오기 전에는 막연히 닭갈비와 막국수가 유명한 작은 도시로만 인식했는데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환경 등 수도권보다 살기 너무 좋더라. 

그러던 차에 창업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 결심했고 또 춘천시가 반려동물친화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창업과 이후 기업활동을 이어가는 데 좋은 곳이어서 주소 이전도 했다. 동생은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나와 1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나의 제안으로 합류했다. 동생도 춘천으로 주소 이전을 했다. 아이템을 구상하고 시제품이 나오는 데까지 약 2년 반이 걸렸다. 현재 상품 4종류를 특허 출원했다. 사업자 등록은 2022년에 했지만, 마침내 제품이 나와서 올봄에 첫선을 보이니 올해가 창업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창업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어렸을 적부터 손재주와 눈썰미가 좋아서 뭔가를 만드는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했다. 직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전문 목수를 따라다니며 목공도 배웠었고 3D 프린터나 3D 모델링 작업 등을 활용한 모형 제작에도 흠뻑 빠졌었다. 

그러다 병역을 마치고 2021년 3학년 복학 후 취업 준비를 시작했는데 강원대 창업 동아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친구가 지원사업을 소개해준 게 계기가 됐다. 처음엔 거창하게 창업을 꼭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자체와 대학의 지원을 받아 내가 좋아하는 창의적인 작업을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부담감 없이 시작했다.

창업을 결심하며 반려동물 아이템을 택한 이유는? “나의 필요에서 출발”

강원대 창업중심대학사업단과 춘천시의 청년창업 지원 관련 정보를 뒤지다 보니, 춘천시에서 진행하는 반려동물 지원사업이 눈에 띄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면서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런 불편함을 해소해줄 제품을 만들어 창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내가 손재주가 있으니 고양이 모래가 방바닥을 어지럽히는 걸 방지하는 고양이 가구를 구상했다. 그런데 지원사업의 세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확 바뀌었다. 

박 대표가 반려묘 ‘뱅코’에게 스마트 브러시로 빗질을 하고 있다.
박 대표가 반려묘 ‘뱅코’에게 스마트 브러시로 빗질을 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성공적인 제품 론칭···창업 후배들과 경험 나누고 싶어”

창업 지원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멘토링과 네트워크가 중요”

지원사업에서 만난 정상급 전문가인 멘토들의 지도로 미숙한 생각이 확 트이고 아이템도 개선됐다. 전문가 멘토링과 피드백을 계속 받으니까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개선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처음 기획했던 고양이 가구는 진정한 의미의 사업을 하기에는 적합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제품 제작과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며 기업이 성장하는 싸이클을 만들기에 부족한, 취미 활동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반려동물의 털 빠짐 문제였다.

반려동물 스마트 브러시 탄생

반려동물의 가족들은 털 스트레스가 크다. 물론 시장에는 이미 관련 제품이 많고 다양하다. 하지만 부드러워서 반려동물의 빗질 거부감은 적지만 털 관리 성능이 떨어지거나, 털은 잘 걸러주는데 소재가 단단해서 반려동물이 아파하고 싫어하는 제품으로 극단적으로 나뉜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빗질을 좋아할 만큼 부드러우면서 털을 잘 걸러주는 효과도 좋은 브러시, 반려인과 반려동물 서로가 편안한 빗질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브러시를 만들어보자 결심했다. 이후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의 모델이 나왔다. 사람이 사용하는 고급 면도기처럼 신체의 굴곡에 따라 부드럽게 빗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 몸을 뒤척거려도 전혀 아프지 않게 미끄러지듯 끌려가며 빗질할 수 있다. 반려동물 박람회와 지인들을 통한 테스트에서 반응이 정말 좋았다. 

창업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지원 사업 일정에 융통성 필요”

모든 게 처음이라 업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몰라서 무척 힘들었다. 거래 업체가 약속을 어기는 일이 빈번한데 창업지원 기관의 사업 일정에 맞춰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으니 기한 안에 못 맞춰 미이행으로 지원금을 못 받게 되는 상황 직전까지 가는 일이 빈번했다. 잠도 못 자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발버둥을 치다 보니 공황장애 증상도 왔었다. 많은 창업 청년들이 겪는 일이다. 그러니 관련 기관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좀 더 신경 써주면 정말 좋겠다.

춘천은 청년들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인가?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프로그램에서 여러 지역의 청년 사업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그래도 춘천시가 지원을 잘해주고 여건이 좋다”였다. 나도 크게 동감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부지런함은 필수적인 소양이다.

그래도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예비창업자들에게 노력만 한다면 적극적으로 사업화를 서포트해주는 춘천시의 지원사업들은 정말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나 또한 필요한 요소에 큰 도움을 받았다. 또 2년 전부터 춘천시에서 예비창업자들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그것도 정말 유익하다. 혼자 창업을 준비하면 참 외롭다. 소통하며 정보를 얻는 게 정말 도움이 크다. 시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추후 성공적인 창업자들을 배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올해 이루려는 꿈과 춘천시에 바라는 것은?

개인적인 꿈은 두 가지다. 첫째 스마트 브러시가 성공적으로 론칭되길 바란다. 우선 1월 말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봄에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100개 판매가 목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자사의 홈페이지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강연을 해보고 싶다. 처음에 1년 동안은 하루에 잠을 두 시간밖에 못 잤다. 정말 힘들다.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그 경험을 공유한다면 지뢰를 피하고 파도를 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춘천시에 바라는 것은, 창업사랑방 역할을 할 문턱 낮은 사랑방이 동네마다 있으면 좋겠다. 그나마 대학은 커다란 지원센터가 있어서 학생들의 접근이 수월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꼭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창업 과정 스토리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정보들이다. 나도 지난 시간의 경험 덕분에 눈이 뜨이고 생각이 넓어졌다. 

거창한 무슨 센터를 짓자는 것은 아니고 시민들이 산책하다 만나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에서 주기적으로 강연이 열려서 진솔하고 흥미로운 창업 스토리와 유익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면 춘천에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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