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졸업식으로 한자리에서 즐겨 ‘관계’의 소중함을 경험하는 자리
지난해 30일, 발달장애학생들의 학교 밖 졸업식 현장

진지하게 서로의 롤링페이퍼에 메시지를 쓰는 모습.
진지하게 서로의 롤링페이퍼에 메시지를 쓰는 모습.

 

연말과 연초에 걸쳐 곳곳에선 졸업과 시작의 왁자지껄함이 이어지고 있다. 춘천지역 학교 대부분이 12월 마지막 주부터 1월 사이에 걸쳐 졸업식을 개최하고, 신입생 맞을 준비로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정은 조금씩 달라도 학교에서의 익숙했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마음이 들뜨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토요일, 칠전동 나비소셜컴퍼니의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센터에서도 조촐한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 1명과 5명의 중학교 졸업생이 함께 활동해 온 형님·친구·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인 가운데 축하의 자리를 갖게 된 것이다. 여느 졸업식과 같이 갖춰진 식순에 따라 행사가 진행되었다. 지난 시간을 함께했던 추억의 영상을 보면서 서로의 얼굴과 아는 장소를 뿌듯하게 이야기하는 얼굴들이 반짝거렸다. ‘그땐 그랬지’를 이야기하는 것에는 나이의 많고 적음도 없어 보였다. 공유된 경험, 그 속에 서로가 있었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읽혔다.

행사의 열기를 달궈주는 ‘자발적’ 축하 공연은 노래와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흥을 돋우었다. 박수를 힘차게 보내는 관객석의 호응도 공연자의 열정에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누가 시키거나 미리 짠 대본도 없이 호흡이 척척 맞는 학생들이다. 모두 여섯 명의 졸업생은 각자의 졸업장과 선물을 받고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축하 갈채를 받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미리 졸업식을 해본 학생들은 학교에서 해봤다고 더 잘할 수 있는 즐거운 이유를 대기도 했다. 졸업장 수여가 끝나고 축사와 답사가 이어졌다.

4년 가까이 ‘청소년 발달장애학생 방과후활동’을 함께했던 졸업생 이현근 군은 멋진 발라드 노래를 선보였다. 축하 소감과 하고 싶은 말을 청하자, “사람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가 보고 싶으면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자리에 함께한 김경희 대표는 “오래오래 함께 즐겁게 지내는 것도 행복이고, 건강하게 잘 자라서 각자의 길로 날아가는 것도 감사함입니다. 모두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축사를 통해 격려를 전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은 서로를 떠올리며 롤링페이퍼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하고 싶은 말을 진지하게 적어가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요즘 사회에서는 부쩍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자리나 관계도 단순해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손절’처럼 주기적으로 관계정리를 하며 산다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핸드폰으로 일상을 해결하는 게 가능한 세상에서 사람 관계만큼 피곤한 것도 없다고 하면 할 말은 없어진다. 하지만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감, 배려심, 존중감, 사랑과 이해 등은 더 중요한 의미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러한 관계로부터의 배움은 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에겐 연결된 누군가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축하공연을 스스럼없이 선보이는 졸업생(위)과 졸업축하파티를 준비하며 기대하는 학생들(아래).
축하공연을 스스럼없이 선보이는 졸업생(위)과 졸업축하파티를 준비하며 기대하는 학생들(아래).

 

아이들의 졸업식을 보면서 학교·가족·나이·성별·장애 특성까지 모두 다르지만, 서로 축하해주고 축하받을 줄 아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관계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세대를 아울러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마음으로 동네졸업식을 한바탕 만들어가며 사는 이웃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사회적가족이니까 말이다.                                

김윤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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