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광윤 강원민주재단 상임이사
하광윤 강원민주재단 상임이사

많은 이들이 떠나 빈 상가가 더 많은 동부시장 한 귀퉁이. 이상한 밥집이 하나 새로 문을 열었다. 밥집의 이름은 ‘모두의 부엌-춘천’. 남자 둘이 운영하는 이곳의 점심시간 풍경은 조금 이채로운데 손님의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라는 점과 또 가게 앞에는 자전거가 몇 대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수준급의 잔치국수와 카레라이스를 6천 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메뉴판에는 ‘특별가 3,500원’이라는 글귀가 있다. 대학생 이하 청소년, 65세 이상 어르신, 자전거를 타고 온 손님에게는 특별가로 제공한다. 식당에서 1만 원 이하의 메뉴를 찾기 어려운 요즈음, 구내식당 밥값도 5천 원을 오르내리고 분식집 라면도 4천 원을 넘어섰는데 한 끼 3천500원이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노년에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을 보충하시라는 뜻으로 삶은 달걀 한 개와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다는 호두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별가 제공 대상자를 통해 짐작하건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이들에 대한 격려가 아닌지 싶다. 평소 자신을 ‘비영리 인간’이라 자처하던 ‘모두의 부엌-춘천’ 이창래 대표의 취지는 이렇다.

“서로 도움을 주며 함께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이 있다. 하지만 돈을 절대시하며 각자도생을 지고의 선으로 치부하는 현실사회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며 개인과 사회를 파멸시키고 있다. 개인 무한책임과 각자도생의 시대에 선한 의지를 모아 이웃과 함께 어우러지는 호혜공생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대표의 말대로 이 공간은 우리 이웃들의 선한 의지를 모아 마련했다. 20여 명의 출자회원이 십시일반 개업자금을 모았고, 30여 명의 후원회원이 일정액의 선금을 내고 식사하고 있다. 월 1회 이상 식당일을 돕는 봉사회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일을 위해 개업 전 6개월간 무료급식소에서 식당일을 익혔다. 이 대표는 간간이 편집기획 일을 하고 주방을 맡은 서대선 조리사는 새벽 배송을 하며 ‘모두의 부엌-춘천’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3천500원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재료비나 나올까?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굳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찾아와 제값 내고 밥 먹는 선한 이웃들과 저녁에 내놓는 삼겹살 메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제 잇속 챙기기 바쁘고 남의 입에 들어간 것마저 빼앗아 제 배 불리는 세상. 이웃의 선의로 시작하고 이웃의 선의에 대한 믿음으로 오늘의 노고를 지탱해나가는 이들을 보게 되어 그나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오늘도 퇴근길에 들러 오래된 벗과 함께 삼겹살에 ‘쐬주’ 한잔해야겠다. 세상 물정 모르는 두 사내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부디 성공해 선의의 승리를 증명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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