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유학생 보보쩌의 춘천살이 ④

보보쩌 강원대 대학원 체육과학과 박사과정
보보쩌 강원대 대학원 체육과학과 박사과정

14일 동안 격리됐던 방을 벗어나 제일 먹고 싶었던 건 맛있는 고기와 치킨이었다. 6개월 내내 지내야 하는 강원대 국제생활관에 짐을 두고 유심카드도 없고 인터넷도 없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던 나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에 기숙사를 나왔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먼저 도착한 곳은 강원대 후문이었다. 당시 강원대 후문은 강원대 학생들이 낮에는 커피 마시면서 공부하고, 점심 먹고 저녁에는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곳인지 몰랐다.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먼저 도착한 곳은 강원대 후문에 있는 고깃집이었다. 안에 불이 켜져 있어 영업하는 줄 알고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 있어 주변을 살폈더니 영업시간이 저녁 5시부터 11시까지라고 쓰여 있었다. 저녁에 다시 와야겠다 싶어 되돌아오는데 눈앞에 롯데리아가 보였다.

미얀마 사람들은 롯데리아를 보면 대부분 햄버거보다 치킨을 생각할 것이다. 미얀마 만달레이에 있을 때 롯데리아를 처음 가서 먹었던 음식이 치킨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치킨을 먹고 있었다. 롯데리아에 햄버거가 없는 게 아니라 미얀마 사람들은 롯데리아의 푸짐하고 바삭바삭한 치킨을 좋아했다. 치킨은 미얀마의 평범한 대학생들에게는 좀 비싼 편이라 한 달에 한 번 친구들이 돈을 모아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강원대 후문에 있는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까 햄버거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국어를 전공했고 어느 정도 한국말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한국에 와서 첫 번째로 롯데리아 직원과 길게 얘기를 나누었다.

“혹시 여기 햄버거만 보이는데 치킨은 없어요?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래요.”

직원은 치킨이 없는 이유를 길게 얘기하며 햄버거만 추천했다. 격리가 끝난 날이라서 아침도 안 먹고 고기를 먹어야겠다며 신나게 나왔던 나는 햄버거만 있다는 말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햄버거도 안에 고기가 있으니 그냥 먹고 저녁에 삼겹살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해 점심을 해결했다. 기숙사에 돌아가 방에 있는 라오스 형이랑 얘기를 나눈 뒤 기숙사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다녔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온통 저녁에 먹을 삼겹살만 생각하며 5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필요한 물품들을 다 사서 기숙사에 들어온 시간은 오후 4시 30분. 기숙사 침대 위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삼겹살은 혼자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라오스 형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 형은 다른 걸 먹겠다고 했다. 마침 강원대에 언어연수를 목적으로 유학 온 미얀마 학생이 한 명 있다고 해서 미얀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찾았더니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얘기도 나눈 적도 없었지만,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고 그렇게 둘이 5시에 영업한다는 삼겹살 가게로 함께 갔다. 식당은 무한 리필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마시게 된 첫 소주 참이슬과 함께 삼겹살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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