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여 개 데이터 분석 결과, 매년 9.6%씩 밝아져
LED(발광다이오드)의 폭발적 증가가 주요 원인
번식·수면·먹이활동 등 생태계 심각한 악영향 초래
빛 공해 방지 종합계획 수립…올해부터 본격 대응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번안곡을 통해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네덜란드 가수 하이쯔 시몬스의 ‘두 개의 작은 별’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원곡은 이별을 앞둔 연인이 밤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작은 별을 바라보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낭만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요즘 도시의 연인들은 별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일 수가 없다. 빛 공해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밤하늘이 매년 평균 9.6%씩 밝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시민과학자들이 참여한 육안 별 관측 프로젝트 ‘글로브 엣 나이트’(Globe at Night)에서 확보한 5만여 개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서 얻은 정보로, 빛 공해 진행 속도가 알려진 것보다 약 5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무분별한 조명사용, 특히 백열전구보다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기기의 폭발적인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빛 공해가 단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다는 낭만적인 문제만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야생동물들에게 생태 교란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과도한 인공조명으로 인한 낮과 밤의 모호한 경계가 번식·수면·먹이활동 등 야생동물 일상 활동 시기를 변경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바다거북과 철새·산호 등의 조류가 빛 공해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는 대표적인 야생동물이다.

바다거북은 빛을 따라 바다로 향하는 길을 찾는데, 야간조명이 늘어나면서 바다가 아닌 육지로 향하는 일이 잦아졌다. 새들도 빛 공해 여파로 다치거나 죽는다. 불빛에 사로잡혀 방향을 잃고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다. 산호는 1년 중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번식하는데, 빛 공해에 시달리면서 산호들은 산란 시기가 앞당겨져 번식의 확률이 줄어든다.

빛 공해 방지 종합계획 수립

이러한 빛공해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부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를 위한 ‘제3차 빛공해방지종합계획(2024~2028)’을 수립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번 종합계획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인공조명으로부터 발생하는 빛 공해를 방지하고 건강한 빛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기본계획이다. 2차까지의 계획이 빛 공해 방지 정책의 제도적 기반 확보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일상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빛 환경 개선을 시도한다.

환경부는 이번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학계·관계부처·지자체 등 관계 기관 협의 및 의견 수렴을 비롯해 빛공해방지위원회의 의결을 거쳤다.

이번 계획은 ‘국민이 편안한 빛, 일상을 비추는 빛’이라는 비전 아래 ‘편안한 빛 환경 조성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4대 추진전략과 1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전략은 ‘국민 일상 비추는 건강한 빛환경 조성’이다. 현장 중심의 정책으로 빛 공해 방지 정책에 대한 시민 체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재 조명의 물리적 밝기 수준(조도·휘도)만을 관리하는 체계에서 눈부심 등 시각적 불편함이 반영된 조명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골목길을 비추는 보안등 등 사회 안전 용도의 조명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경관 조명 등의 경우에는 현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밝기 기준을 적용하되, 옥외 체육시설 등 국민 불편이 발생하고 있는 신규 조명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조명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빛 공해로 인한 농작물 생산량 감소 등 농축산 분야의 다양한 피해에 대한 연구를 확대해 농어촌 지역의 빛 공해 피해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은 ‘선제적·효율적 빛 공해 관리 체계 마련’이다. 빛 공해 사전 예방 체계 강화를 위해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옥외조명 사전 심사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옥외조명 사전 심사제도’는 신규 조명기구 설치 시 빛방사허용기준 준수 여부 등을 사전 확인 후 승인하는 제도로서, 이에 대한 안내서(가이드라인)를 마련하는 등 지자체의 제도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략은 ‘민간 협력 바탕의 빛 환경 정책 추진’이다. 빛 공해 방지 정책 추진과 기술 개발 과정에서 민간과 지자체의 참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분야 입찰·조달 시 빛 공해 방지 기술을 사용한 조명 등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혜택(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고, 빛 공해 방지 기술 개발에 대한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와 협력하여 스마트·고효율 조명기술 현장실험실(리빙랩)을 시범 조성하여 빛공해 문제를 현장 맞춤식으로 해결하는 등 지자체와 민간의 역량을 활용한다.

마지막 네 번째 전략은 ‘좋은 빛 문화 정착’이다. 지자체 빛 공해 민원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 연구기관 등과 협력하여 빛 공해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우수한 생태관광 지역과 조명을 활용한 지역 행사 등과 연계하여 좋은 빛 체험 과정을 개발하는 등 좋은 빛 우수사례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과도한 조명을 남용하는 것은 지양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조명 사용의 중요성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빛 공해 관리를 위한 본격적인 국가전략이 시작되는 만큼 춘천에서도 민·관이 협력해 빛 공해에 의한 피해에 대응하고 좋은 빛을 정착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홍석천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