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작가, “돌봄을 통해서만 모든 종류의 소멸 가까스로 지연”

 

소정의 발전 기금을 내면 지역 주민도 강원대 도서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캠퍼스 안에는 크게 2개의 도서관이 있다. 제1 도서관인 ‘중앙도서관’은 전체 인쇄 장서를 기반으로 교수연구와 심화학습을 지원하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을 맡으며, 2022년에 개관한 신관인 'KNU 미래도서관'은 최근 5~6년 이내에 발간된 국내도서와 첨단 IoT 및 스마트디지털 콘텐츠 중심의 시민 친화형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도서관은 현재 공사로 인하여 휴관 중이나 미래도서관은 방학 중에도 학업을 이어가는 재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문을 열어 두고 있다.

현재 각 국립대는 도서관을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개방하고 있을까? ‘국립대 도서관을 시민에게 개방해야 하는가’라는 논제에 대해 시민들 의견은 제각각이다. 공공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현재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국립대 도서관은 하나도 없다. 연회비나 발전 기금 또는 예치금 형식으로 소정의 액수를 기부한 시민만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종종 면학 분위기를 방해한다며 반대하는 재학생들도 꽤 있다.

이는 진입장벽 없이도 공공도서관 사용 예절을 지키는 문화가 아직까지 자리가 잡히지 않은 단계에서 발생한 논쟁일 것이다. 이 도서관은 지하 1층에서 5층까지 층별로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열람실과 그룹 스터디룸, 캐럴과 그 외에도 영상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자료실에서는 서가를 이용할 수 있고 예약 없이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4층 인문사회자료실에서는 북큐레이션 기획전시로 ‘에세이로 삶을 읽다’가 열리고 있다. 저자에 따라 한국 작가, 방송인 및 스포츠 스타, 유튜버, 유명인, 해외 작가 등의 에세이를 모두 네 파트로 나눠 각각 60여 권의 수필 책을 전시 중이다. 이용자들은 가지각색의 개성을 지닌 저자들이 써 내려간, 저마다의 자유로운 생각과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만난 후, 감상을 SNS에 올리면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 중 에세이를 한 권 소개한다. 2022년 창비에서 펴낸 백수린 소설가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다. 소설가는 깊은 사색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신 안의 사랑과 행복을 일깨워준 모든 생명체에 대해 기록한 수필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서울의 허름한 산동네의 낡고 작은 단독주택에 살기 시작하면서, “육체적인 노동과 시간, 그리고 정성을 쏟는 돌봄을 통해서만 우리가 모든 종류의 소멸을 가까스로 지연할 수 있을 뿐이라는 진실”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만난 이웃과 강아지와 같은 내 주위 존재들에 대한 글들로 엮인 책이다. 

수필을 읽을 땐, 문학적 표현이나 문법을 거치지 않기에 글쓴이와 편한 차림으로 만나서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겨울을 수필 책과 함께하는 것도 추위를 따뜻하게 나는 방법일 듯싶다.

 

박수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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