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놀랍게도 올겨울 춘천에서 눈이 자주 내린다. 아마 많은 운전자와 심지어 보행자도 자주 내리는 옥설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도로는 미끄럽고 위험해지며, 자동차와 옷에는 더러운 자국이 남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도로와 아파트 마당은 하얀 눈에서 벗어난다. 최근에 눈이 내렸다는 것은 눈으로 덮인 꽃밭과 들판만이 상기시켜 줄 것이다.

나는 비록 러시아 출신이지만, 내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눈이 그렇게 자주 내리지 않는다. 눈이 내릴 때도 강한 바람 때문에 눈이 도시의 거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에 폭설이 내리는 때도 있고, 시간에 맞춰 눈을 치우지 않으면 도로가 막힐 수도 있다. 그런 날에는 시민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 왜냐하면, 직장이나 학교까지 도보 외에는 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설은 11월에 오는 비만큼 위험하지 않다. 우리 고향에서는 가끔 11월 말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저녁이 되면 눈으로 변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빗물이 얼어붙는다. 이 경우에는 도시 전체가 얇은 얼음으로 뒤덮인다. 얼음은 얇지만, 자동차 문을 열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우리는 이런 날씨 현상을 ‘얼음비’라고 부른다. 비 다음에 눈이 오기 때문에 눈은 얼음 위에 바로 내리고, 그래서 도로가 보통의 신발로는 걸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미끄럽다. 많은 사람이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우 이 현상은 특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우리 고향에는 많은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계단을 오를 수도 없고, 자동차는 언덕에 있는 집에 도달하거나 가파른 경사를 오를 수 없다.

하지만 춘천에서는 눈이 내려도 다행히 우리 가족은 기쁘다. 몇 년 전,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리라 결심하고 스노보드를 타는 법을 배웠다. 겨울에 특별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사할린 섬으로 갔다. 사할린 섬은 많은 러시아권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연어와 게 같은 맛있는 해산물을 파는 것으로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몇 년 전에는 ‘산맥공기’라는 이름의 거대한 현대적인 스키 리조트가 건설되었다.

비록 많은 돈을 썼지만, 결국 온 가족이 스노보드 타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춘천 근처에 여러 스키장이 있어서 매우 기쁘다. 특히 강촌 근처 스키장에 자주 가는데, 차는 없어도 지하철로 편리하게 갈 수 있고 아직 초보자라서 엘리시안 강촌 슬로프가 나에겐 매우 적합하다.

예전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불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집에서 떨어져 있는 대학교에 가기 어려워질 것이고 길이 매우 미끄럽고 위험해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낮에도 눈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했을 때 길가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눈이 와서 기뻤다. 내가 스노보드를 타며 가파른 경사를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쁨과 힘이 넘치는 걸 느꼈다.

현상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각각에서 좋은 것을 찾을 수도 있다. 스노보드를 타는 법을 배움으로써 눈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을 이겨낼 수 있었다. 무더운 날에는 차가운 맥주를 마시거나 수영을 하는 것이 즐겁다. 폭우가 내릴 때는 집에서 앉아 꿈꾸는 것도 행복하다. 이제 나는 “자연에는 나쁜 날씨가 없고, 모든 날씨는 감사해야 할 것”이라는 소련 시대 노래의 의미를 깨달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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