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인터뷰 ④ 리라숲어린이집 김미영 원장
학부모가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개방형 어린이집’ 운영
출산률 저하로 '어린이집 입소 대기'는 옛말 된 지 오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정책, 자칫하면 다양성 훼손될 수도
겨울철 갈 수 있는 숲 적어…시유림이라도 개방했으면

김미영 원장(왼쪽)과 학부모 유지영 씨.
김미영 원장(왼쪽)과 학부모 유지영 씨.

 

《춘천사람들》은 갑진년(甲辰年) 새해 1월, 네 번의 기획 인터뷰를 준비했다. 춘천에서 살아가는 예술인·창업 청년·외국인 유학생·어린이집 원장 등이 들려주는 새해 목표와 바람은 결국 지역사회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1월에 소개되는 인터뷰는 12월에 다시 찾아온다. 《춘천사람들》은 올 연말 이들을 다시 만나 1월에 밝힌 목표와 바람이 지역에서 실현됐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 실패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 그간의 사정을 다시 들려줄 계획이다. 그를 통해 춘천이 꿈을 이루고 살만한 도시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매달 1년 전 대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가 1만7천531명으로 11월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출생아 수는 21만3천572명이었다. 올해 6학년이 되는 2017년생이 35만7천771명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급격한 출산률 감소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인구절벽 현상이 아직 사회적으로 완전히 표면화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가정에서 머물러 있는 연령이 많아 체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이러한 출생률 저하를 현장에서 몸소 느끼고 있다.

이에 《춘천사람들》은 학부모가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개방형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농동 리라숲어린이집 김미영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출산율 감소에 대한 문제와 개방형 어린이집 운영의 교육철학 및 개인적 소회·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울러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유지영 학부모도 만나 현재의 보육 환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숲 놀이터로 향하는 아이들.
숲 놀이터로 향하는 아이들.

 

출산율 저하 문제,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어떤가?

개인적인 측면과 일반적인 부분을 나눠서 말해야 할 것 같다. 리라숲어린이집은 개방형 어린이집, 숲 놀이터 등의 특성이 뚜렷하다. 저희가 지향하는 교육철학에 동의하는 부모님은 꾸준히 있어 왔기 때문에 원아 수의 변동은 크게 없다. 현재 60여 명의 아이들이 등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풍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주위 현장을 가보면 70이 다 되신 오랜 경력을 가진 원장님들도 운영을 어려워하신다. 아이가 너무나 많이 줄어 본인의 월급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입소 대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전국적으로 매년 2천여 개의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상담을 하다 보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원장을 공무원으로 알고 있는 부모님들도 있다. 사실 국공립 어린이집도 민간 어린이집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는 결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확대되면 교육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원장님들의 고유한 교육철학을 펼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들의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집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지나치게 차별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번에도 정부에서 난방비 지원을 했는데 국공립 어린이집에는 100만 원을, 민간 어린이집에는 30만 원을 지급했다. 

어린이집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있나?

먼저 개방형 어린이집, 열린 어린이집을 추구하려고 한다. 말만 열린 어린이집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부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들도 있다. 약속된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다든지 하는 것이다. 여기는 실제로 언제든 부모가 들어올 수 있다. 와서 밥을 같이 먹고 가기도 한다.

이런 방향을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불안을 낮춰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보통 성인은 3세 이전의 기억이 잘 없다. 그전의 경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영아가 겪었던 경험은 무의식에 기록되는 것인데, 그때 불안을 느끼지 않고 행복감을 느낀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이 튼튼해진다.

어린이집 앞에서 문이 ‘탁’ 소리를 내며 닫히면 아이는 부모와 단절을 느낀다. 그렇다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불안한 아이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는데 반항을 하거나, 반대로 교사의 눈치를 보곤 한다. 열린 어린이집은 부모가 언제든 들어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분리의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입소를 위해 부모 상담을 하게 되면 아이를 적응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를 이 공간에 적응시키려고 한다. 부모가 적응되면 아이들은 알아서 적응한다. 아이는 부모의 숨소리 하나, 속눈썹 하나까지도 다 인지하는 존재다.

개방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 춘천에 온 지 이제 5년이 됐다. 열린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교사들이다. 3년 차까지는 부모가 와서 있으면 교사들이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힘들어했다. 기존의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부모님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면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씩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입소 상담을 할 때부터 열린 어린이집은 아이의 희노애락을 다 볼 수 있는 곳이고, 아이가 울 때가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3년 정도 지나니 교사들이 이상하게도 부모님들의 민원 전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린이집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면 불안해진다.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물어볼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또 부모의 경우, 교육철학이 맞지 않은 경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이의 안전만을 최우선으로 두는 경우 열린 어린이집이라는 점을 이용해 감시자로 변한 적이 있었다. 교사들에게 굉장히 힘들었던 경험이다.

숲에서 많은 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숲의 교육적 이점이나 신체적 이점 등은 많이 알려져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숲은 안전하면서 적절한 위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아이들이 바깥에서 많이 다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안전하게 꾸며진 실내에서 다친다. 안전하다는 생각에 자기의 몸과 친구의 몸을 보호하지 않는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밀어버린다.

하지만 숲에서의 활동을 보면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숲에서 두 아이가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만 1세 된 친구들이 서로 마주치자 서로 껴안고 조심조심 움직였다. 교실 같았으면 분명 밀었을 것이다. 숲에서는 절대 친구한테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않는다. 영상도 찍어놓았다.

보육계에서는 현재 유보통합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어떻게 생각하나?

보육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이 다르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다면 과거 보육대란 등의 문제가 터졌을 때 정부에서 지원을 약속하며 협조를 요청했었다. 그래서 보육계는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도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자 지원에 대한 약속은 점차 사라지고 자체적으로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토사구팽을 당한 느낌이다. 이번 유보통합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춘천시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겨울철에도 갈 수 있게 상시로 개방하는 숲이 필요하다. 산림청에서는 3월부터 11월까지만 숲을 개방한다. 하지만 겨울철 숲은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얼음이 얼면 아이들은 얼음을 가지고 다양한 놀이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들어갈 수가 없다. 현재 알음알음 알게 된 숲을 다니고 있지만 많지는 않다. 춘천시 소유의 숲이라도 개방을 해 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길잃은 고양이를 5년 정도 키운 적이 있다. 그런데 춘천의 한 동물병원에 갔다가 거기서 죽어버렸다. 검사를 하러 갔는데 진료실 안에 절대 못 들어오게 하더니 죽었다고 통보만 받았다. 그때 다시 한번 개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여하튼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그때 아픈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생태에 대한 경험을 갖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도 생태교육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조금 더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고, 세상은 동물 등 다른 생명들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점을 가르쳐 주고 싶다.

아빠들도 자유롭게 방문하여 아이들과 놀아준다.
아빠들도 자유롭게 방문하여 아이들과 놀아준다.

 

홍석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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