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개혁방안 논의
실효성 미미·부작용 우려 지적…국회, 법 개정 난항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에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생활 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하며 이처럼 결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대형마트 영업 규제, 단통법, 도서정가제 등에 관한 개편 방안이 논의됐다.

우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고 평일에 휴업할 수 있도록 전환할 계획이다. 대도시와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도록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월 2회 공휴일에 의무 휴업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대형마트 주말 휴무로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국민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변화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제약 등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어 규제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즉시 폐지할 수는 없다. 정부안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법 개정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심의에서 반대하는 상황이라 법 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지역 안팎에서도 실효성이 적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의당 강원특별자치도당은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일·생활 균형지수’에서 강원지역은 총점 50.9점으로 전국 최하위다. 전국 평균으로 보았을 때는 일·생활 균형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2년 연속으로 평균에서 크게 밑도는 점수를 받고 있다. 의무휴업일은 마트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휴식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이다. 이를 폐지하는 것은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태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종호 소상공인연합회 춘천시지부장도 “소비자들의 편의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입장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에서 내놓는 상생자금을 지역 경제단체에 위임하는 등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 등으로 향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노동자는 그나마 한 달에 2번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쉬면서 경조사에 참여하고 가족들과 여행이라도 갈 수 있게 됐다”라며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노동자는 삶의 질이 악화하고 스트레스를 비롯한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는 민생이 아닌 유통대기업 챙기기”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 건강권과 휴식권을 축소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효자동의 한 슈퍼마켓 대표 A 씨는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우리 같은 동네 마트는 벼랑으로 내모는 격이다”라며 “이런 동네 마트와 전통시장에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제품이 많을 텐데 이런 곳이 위축되면 중소기업도 흔들리고 소비자 선택권 축소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춘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아무개 씨는 “솔직히 환영한다. 맞벌이 부부인데 주말에 문을 닫으면 오늘처럼 연차를 낸 날이 아니면 평일 장보기가 어렵다. 전통시장도 가긴 하지만 가격이나 서비스 등 만족스럽지 못한 게 많다”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정부는 또 2014년 서비스·요금 경쟁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단통법은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을 공시하고, 단말기 유통점이 부담하는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단말기유통과 보조금 지급의 투명성을 확보해, 일부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지원금을 모든 소비자가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당초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으나 이동 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자 후생이 후퇴했으며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모델 중심이 되고 제품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국민의 단말기 구매 비용 부담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의 한 이동통신사 직영점 대표는 “과거처럼 보조금을 많이 주는 통신사로 가입자들이 몰리고, 가입자 간에 극심한 지원금 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또 웹 콘텐츠에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웹 콘텐츠는 전자출판물에 해당하는 새로운 형식의 신생 콘텐츠로서 일반 도서와 특성이 달라 획일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현재 15%로 제한된 도서가격 할인 한도를 영세서점에서는 유연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법이 개정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4월 총선과 맞물려 법 개정 논의에 속도가 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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